수원형 남북교류사업
지난 한해 활발한 준비·토론
'5월 청소년박람회' 北 초청
女 아이스하키 정기전 제안
접경지 체험교육·학술대회

 

▲ 수원시·시민단체 등이 모여 남북교류협력 의제 발굴 등을 위해 토론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수원시


"국내 '치맥(치킨+맥주) 문화'는 한류 열풍으로 세계적 유명세를 탔다. 한국을 대표하는 치킨과 북한을 대표하는 맥주가 만나게 하자."

"청소년은 국가의 미래다. 청소년을 위한 축제에 북한 개성시의 청소년들을 초청해 남북 합동공연 등 함께하는 추억을 선사하자."

이와 같이 불가능했던, 여태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남과 북 교류는 누군가의 상상에 있을 법한 머나먼 이야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지역에서는 지자체, 시민, 전문가들이 실제 현실이 되도록 앞장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국 최대 기초단체인 수원시에 지난해 1월 '수원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가 출범했다.

현재 위원장 염태영 수원시장을 필두로 시민단체, 전문가 등 30여명이 참여, 남북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앞서 2011년 수원시는 남북교류협력 및 평화통일의식을 증진하는 사업추진 등 근거를 명시한 '수원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국가적 접근이 필요한 문제에 수원시가 나선 이유는 '지방정부'의 촘촘한 교류가 통일의 동력을 확보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최근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눈 녹듯 녹은 분위기를 보이면서 덩달아 수원시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지난 한 해 동안 '수원시 남북교류협력 준비 토론회'를 열어 남북교류협력사업 전개 방안을 논의했고, 효율적으로 교류협력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수원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실무기획단'을 구성했다.

'수원시 남북교류협력위원 정책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올해 '수원형 남북교류협력사업'을 도출했다.

▲남북교류협력 시민공감 교육 ▲평화통일 체험학습 ▲찾아가는 평화통일 교육 ▲수원시민 통일한마당 등이다. '시민이 함께하는 수원형 남북교류협력 및 평화통일 의식 증진'을 목표로 한다.

4개 구청에서 공직자와 시민들에게 수원형 남북교류협력 추진 사업을 설명하는 '남북교류협력 시민공감교육'은 9월까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아직 초중고생, 청소년단체,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한 체험교육이 활발하다. 이달까지 DMZ(비무장지대) 접경지역에서 열리는 '평화통일 체험학습'과 방문형태의 '찾아가는 평화통일 교육'에 참여한 인원만 수천여명에 달한다.

북한 개성시와의 직접적인 교류 계획도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과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지난 5월 수원시와 개성시의 역사·문화 유사성을 연구하는 '학술대회'를 열어 개성시와 관계를 형성하고, 여러 협력사업을 논의하는 통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수원시와 개성시는 '상인의 DNA가 있는 도시'(개성 송상, 수원 유상), '세계문화유산 등재 도시', '성곽의 도시', '유수부가 있었던 도시'라는 공통점이 있다.

6월에는 남북교류협력위원회가 6·15공동위원회 남북해외위원장회의에서 '수원시와 개성시의 교류와 도시협력을 위한 제안서'를 전달했다.

이어 7월 통일부를 방문해 '수원형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설명하고, 남북 지방자치단체 간 체육·문화·예술 등 교류협력 사업 추진을 의논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교류 방식도 제안됐다.

우선 5월 23∼25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청소년 축제 '2019 대한민국 청소년박람회'에 북한 청소년(개성시)을 초청하는 방안이다.

초청이 성사되면 개성시 청소년과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합창단과의 합동공연, 유스호스텔에서의 남북청소년 공동수련 활동이 가능하다고 수원시는 분석했다.

수원과 개성을 대표하는 음식의 '합'도 잘하면 볼 수 있게 됐다.

시는 수원의 명물 통닭거리와 개성 대동강 맥주를 연계해 '평화 치맥(치킨+맥주)축제' 개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시는 남·북 단일팀으로 한반도 평화 여정의 첫걸음을 뗐지만, 실업팀조차 없어 안타까움을 낳았던 '여자아이스하키팀'을 국내 최초로 창단하기도 했다.

염태영 시장은 12월 창단식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수원시청 여자아이스하키팀과 북한의 6개 여자아이스하키팀의 정기교류전 개최를 제안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