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돼지 중에서도 가장 복덩이로 불리는 황금돼지의 해라고 한다. 지난 한해는 연초 남북 관계 복원 의지를 공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시작으로 2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평창 겨울 올림픽 참석, 4월과 5월, 9월 세차례에 걸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남북 정상회담 등 북한발 빅 이벤트로 시작해 북한발 빅 이벤트로 끝을 맺은 한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남북 간 화해무드가 조성되는 동안 안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실험적 경제정책 실패와 지난 정권을 단죄한다는 '적폐 청산'으로 사회 전체가 분열되고 대립하는 힘든 한해였다.

경기는 좋아지고 살림살이는 좀 나아질까.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이제 걱정 안해도 되는 것인가. 남북관계가 좋아지는 만큼 우리의 안보도 든든해지는가. 미국을 비롯한 일본 등 주변 우방국과의 관계는 괜찮은건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은 언제쯤 끝나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날수 있을까. 많은 국민들이 이런 걱정속에 새해를 맞이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 희망보다는 절망이 컸던 현 정부 때문이다.

국민들의 걱정과 염려대로 새해에도 희망적이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다. 세밑 한파가 벽두에도 이어지듯이 경제는 혹한기다.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 경제가 빙하기로 접어들지도 모를 지경이다. 경제성장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17년 3.1%였던 경제성장률이 작년에는 2.6∼2.7%, 올해는 2.5% 안팎에 그치며 이 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나마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도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1분기 수출산업 경기가 2년 만에 악화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글로벌 경제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들의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수출이 경제의 한 축인 우리에게 글로벌 경제 침체는 우리 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이다. 사방에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도 촛불민심으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의 과거에 대한 단죄는 그칠줄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2명의 전직 대통령과 국가정보원장 등 과거 정권의 수많은 고위인사와 기업 총수들이 옥중에 있거나 옥중생활을 한 후 풀려났다. 지금도 적폐 청산으로 정· 관· 재계, 군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은 필요하지만 인적 청산에 몰입된 적폐 청산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당사자들의 반발만 불러올 뿐이다. 과거 파헤치기에 그친 적폐 청산은 구성원들 간 편 가르기와 소모적 논쟁으로 사회 분란과 갈등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제도와 시스템에 대한 쇄신이 필요한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최대 치적으로 남북한 관계 개선을 꼽고 싶을 것이다. 불과 1년사이에 남북의 정상이 3차례나 만나는 등 분단 이후 남북한 관계가 이처럼 좋은적이 없으니 말이다. 지난 한해는 김정은 위원장으로 시작해 김 위원장으로 끝을 맺었다고 할 만큼 정부는 북한에 '올인' 했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모든 나라와의 관계가 북한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북핵 폐기는 한 치의 진전도 없고 다른 나라와의 관계만 서먹해졌다. 한· 미 관계는 현 정부의 대북 관계 속도조절 문제로 삐거덕거렸다. 일본과는 위안부재단 해산과 강제징용 배상 판결, 그리고 레이더 사건으로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중국과는 사드 보복에 이어 중국 정찰기의 한국 방공식별구역 침범이 반복돼도 제대로 항의조차 못하는 일방적 관계가 됐다. 지난해 정부의 외교관계는 실종됐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새해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경제가 좋아져 소득이 늘고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발휘해 100만 자영업자를 거리로 내몬 경제정책을 다잡아 경제를 살리는데 올인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일이 지금의 잣대로는 잘못이어도 그 당시 시대 상황이나 사회적 여건으로는 국가를 위해 최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에는 과거의 허물을 들추어 단죄하는데 힘쓰기보다는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해 포용과 통합의 길로 나섰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