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에 끌려 다니고 있다. 시민 세금으로 지어진 문학경기장을 민간에 통째로 맡긴 것도 모자라 시설물 투자·경기장 운영 방식에 대한 SK 와이번스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인천일보 12월28일자 1면>

시는 이달 31일 종료되는 문학경기장 민간 위탁 계약을 2023년까지 연장하는 것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2014년 1월1일부터 경기장을 맡아온 SK 와이번스는 앞으로 5년 더 경기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SK 와이번스는 현재 야구장을 비롯해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 부대시설 등 사실상 경기장 전체를 관리 중이다.
그런데 이번 계약 연장 협의에서 SK 와이번스가 "앞으로 야구장만 관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시에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북 영주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가공품을 판매하기 위한 대형 식자재마트가 문학경기장에 입점하는 것에 대해 최근 인천지역 소상공인과 상인들이 크게 반발한 데 따른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인천시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성명을 내고 "인천시민의 세금으로 건립한 공익 체육시설에 타 지역의 배를 채우는 대형 마트 입점을 결사반대한다"고 성토한 바 있다. ▶관련기사 4면

시도 이 일로 민간 위탁 계약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행정재산이 아닌 행정재산 용도가 폐지된 일반재산까지 SK 와이번스에 위탁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야구장만 관리하겠다는 SK 와이번스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상태다.

문제는 SK 와이번스가 야구장만 운영하게 되면, 주경기장 등 나머지 시설들은 시가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학경기장을 민간에 위탁하기 전 시는 경기장 운영으로 연간 30억원 이상의 적자를 봤다. 당시 경기장은 인천시설공단이 관리했었다. 더구나 문학경기장의 주 수입이 야구장에 집중돼 있어 SK 와이번스 수익이 극대화되는 반면, 시의 재정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시는 SK 와이번스의 요구로 대규모 예산을 부담한 사례도 있다. SK 와이번스가 2016년 야구장에 초대형 전광판을 설치할 때 70억원의 사업비 중 35억원을 시가 부담한 것이다.

반면 SK 와이번스는 지금까지 민간 위탁 사업으로 100억원 이상을 시설 투자에 쏟아 부었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다른 프로야구단들처럼 SK 와이번스도 야구장만 운영하는 게 적정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SK 와이번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SK 와이번스가 경기장 전체를 운영하면서 오해를 낳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야구장만 운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대형 전광판 설치 사업의 경우 인천시가 해야 할 일을 우리가 자비를 들여 투자했다고 생각한다. 5년간 그렇게 부담한 금액만 14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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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민 사랑받은 SK, 도움은커녕 피해끼치나"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가 인천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문학경기장에 대형유통센터가 입점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일표(인천 미추홀갑) 의원은 30일 "인천시와 SK 와이번스는 대형유통센터의 입점을 가능하게 한 계약 내용을 공개하고 지역상권 보호를 위해 계약 해지 등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문학경기장 2층에는 한우 전문식당(798㎡)이 입점해 있고, 1층(2247㎡)에는 영주생산자연합의 소비지유통센터가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 소비지유통센터에서는 경북 영주시에서 생산된 농축산물과 특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