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훈 경기본사 사회2부장


요즘 들어 잇따르는 각종 안전사고에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5일 고양시 백석역 일대 온수관 파열사고로 1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쳤다.
사고원인은 '낡은 배관을 소홀히 관리했기 때문'인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내려졌다.
백석역 사고 이후 불과 며칠 후에는 목동과 안산에서도 같은 날 온수관 파열사고가 발생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쯤되니 사람들은 온수관을 두고 '땅 밑의 시한폭탄'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수능시험을 치른 고3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강릉 펜션 참사가 일어났다.
30일 현재까지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현재까지의 수사경과를 보면 보일러의 일산화탄소 누출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안타까운 점은 몇 만원의 '일산화탄소 경보기'만 제대로 설치돼 작동됐으면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피해 규모에 비해 사망자 없이 부상자만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사고는 전문가들도 기적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열차가 선로를 바꿀 때 작동하는 선로전환기가 오작동을 일으킨 것이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상태다.

이런 사고들이 터지면 대중매체를 통해 한번쯤은 인용되는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란 게 있다.
미국의 트래블러스 보험사에근무하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가 1931년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책을 펴냈다.
하인리히는 이 책에서 산업재해의 통계적 법칙을 발표했다. 산업재해에서 피해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는 300명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1:29:300 법칙으로도 통한다. 즉 큰 재해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라는 것이다.
이 법칙은 하인리히가 근무한 미국의 트래블러스 보험사에서 처리한 수많은 사건, 사고를 사례 분석으로 얻은 최초의 통계 법칙이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 법칙대로라면 자연재해성 대형사고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인재로 인한 안전사고는 조그만 관심으로도 막을수 있다는 점이다. 재난과 인재는 분명 다르다. 인재는 안전의식 부재, 제도상의 허점, 불법행위 등에서 비롯되는 후진적 사고로 발생한다. 이를 바꾸려는 근본적 노력 없이는 대형 참사는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김용균법)은 하나의 시작이다.
김용균씨의 사고사로 여론의 관심을 받게 된 이번 산안법 개정안은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고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위험성·유해성이 높은 작업의 사내 도급 금지와 안전조치 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내용을 담았다. 특히 원청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해 하청 직원의 산재 사고에 대해 원청이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기존 산안법에 비해 원청 사업주의 하청 노동자에 대한 안전관리 책임이 대폭 강화됐지만 재계와 야당의 반발에 가로막혀 당초 원안보다는후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28년 만에 국회에 제출한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참으로 다행스럽다. 고용노동부의 자료를 살펴보면 2014년부터 2018년 7월 현재까지 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로 사망한 하청 노동자가 1426명이라고 한다. 하루 한 명의 하청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한 셈이다. 이제 더 이상 김용균씨와 같은 희생이 나와서는 안된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시간을 되돌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