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실장

 

올해 1월2일 첫 회가 나간 오피니언면의 '썰물밀물'이 한 해를 넘긴다. 그새 '썰밀'이라는 약칭도 얻었다. 살아 있는 시사 이슈를 소프트한 터치로 풀어내며 경계와 교훈을 이끌어내는 연성(軟性) 칼럼이다. 동서고금에서 길어 올린 읽을 거리와 반전의 해학 등 독자들의 저녁 술자리 안주감이 제격이다.

▶서울에서 나오는 신문들에서는 '만물상'이나 '횡설수설', '분수대' 등이 있다. 지역에서는 '야고부(매일신문)'나 '도청도설(국제신문)', '무등고(광주일보)' 등이 있다. 하나의 이슈에 대해 백그라운드 스토리를 풀어주고 오늘 되새겨야 할 의미를 끌어내 준다. 있는 자, 권력자들에게는 정색을 하고 덤비는 칼럼보다 더 아플 수도 있을 것이다. 2010년 11월 연평도가 무차별 포격을 당했을 때 '분수대'를 썼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 기자는 조미미의 히트곡 '눈물의 연평도'를 풀어내며 남과 북 모두 조그만 연평도에 눈물을 보태고 있다고 썼다.

▶인천일보에도 본시 '능허대'라는 같은 성격의 칼럼이 있었다. 1988년 창간 당시 인천을 상징하는 지명으로 이 제호가 선택됐다. 오광철 주필이 맡아 2004년까지 7000여 회나 나갔으나 이 후 뚝 끊어졌다. 오래 전의 '능허대'를 뒤져 보면 인천의 갯냄새가 물씬하다. 오랜 언론관록의 필자가 인천 향토사에도 정통했다는 느낌이다. 이를테면 '반세기의 시차(2001.4·23)'같은 글이다. 이봉주 선수가 보스턴 마라톤을 재패하고 인천공항을 통해 개선했다. 그런데 1947년에는 역시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한 서윤복 선수가 긴 항해 끝에 인천항으로 개선했다. 월계관을 쓴 서 선수는 오픈카로 내동거리를 지나 인천중학(현 제물포고) 교정의 시민환영식장으로 향했다. '인천이 온통 흥분의 도가니였다'는 것이다.

▶그 '능허대'를 이은 '썰물밀물'이라는 제호도 인천을 상징한다. 들물날물이라는 제안도 있었지만 이는 동해안에서 쓰는 말이다. 올 한해 '썰밀'에도 많은 이슈들이 밀려 왔다 밀려 나가곤 했다. UAE 외교사태부터 비트코인, 지엠대우(새나라자동차와 지엠대우), 미투운동(최 시인과 서 검사 그리고 넙순이), 6·13 지방선거, 최저임금, 인천공항KTX 등등. 음악도시 인천, 애관극장의 탄생, 8·15와 인천의 산하, 그리운 금강산 등 인천을 돌아보는 얘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보면 부족함이 더 컸다. 시사 해설임에도 종종 시의성을 놓쳤으며 인천·경기에 대한 천착도 미흡했다. 새해에는 더욱 분발해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을 다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