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혁 인천코트라지원단 마케팅 팀장


우리 수출기업들은 중남미 시장에 대한 편견이 많다. 라틴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수출하기 까다롭고, 멀어서 물류비가 비싸고, 밤낮이 뒤바뀐 시차 때문에 교신이 힘들어서 우리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가까운 중국이나 베트남 시장을 놔두고 굳이 중남미까지 가야하나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이유로 아직 충분히 개척되지 않은 중남미는 블루오션이다.
우리의 대 중남미 국가들로의 수출 순위는 멕시코(10위)와 브라질(20위)을 제외하고는 순위가 한참 떨어지지만 중남미 국가들의 대 한국 수입은 수입국 순위에서 10위권안에 들정도로 중남미 국가들에게는 한국이 최대 수입국가이다. 주로 한국 대기업이 중남미에 수출을 많이 해서 그렇지만 중소기업들도 충분한 승산이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중남미와 FTA를 체결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확대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들을 마련해 두고 있다. 2004년 칠레와 첫 FTA를 시작으로 페루(2011), 콜롬비아(2015)와 FTA를 체결했다. 중남미 최대 경제공동체인 MERCOSUR(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와도 2018년 협상이 시작되었다. 또한 태평양동맹(PA)에 준회원국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성사되면 우리의 10대 수출시장인 멕시코와 FTA를 체결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중남미 시장의 특징을 몆가지 살펴 보자. 첫째, 중국이나 베트남도 중요하지만 인구 6억명의 중남미는 서남아(17억), 중국(13억), 아프리카(10억)에 이어 4번째로 인구가 많고 GDP도 중남미가 5.2조 달러로 북미(20조), 유럽(16조), 중국(11조)에 이어 세계 4번째이다. 중남미는 지속적으로 중산층 인구가 확대되고 있다. 2030년에는 7.6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소비재에 대한 중남미에서의 수요가 늘 것이다.

둘째, 중남미는 멕시코와 브라질을 제외하고는 산업화가 되지 않아서 공산품을 대부분 수입한다. 인근국가에서 수입도 만만치 않아서 한국의 수출이 유망하다. 예를 들어 페루의 경우 생산 기반이 없는 자동차나 전자제품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가까운 칠레나 콜롬비아에서의 수입할 수 밖에 없고 아시아나 유럽 또는 북미에서 수입을 해야 한다. 제조업이 있는 브라질로부터의 수입도 만만치 않다. 안데스 산맥과 아마존 정글이 중남미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의 국경을 가로 막고 있어서 물류가 쉽지 않다.

셋째, 중남미 대다수 국가들은 원자재가 나라 살림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2015년 원자재 가격 폭락 이후 최근 가격 상승 추세로 중남미 경제가 살아나고 있고 이로 인해 교역조건 또한 개선되고 있다. 국가별로 원자재 수출비중은 베네주엘라(92%), 아르헨티나(72%), 페루(70%), 칠레(63%), 브라질(52%) 순으로 높은 상황이다. 국제원자재 가격이 높으면 이들 나라들의 수입수요가 증가하여 우리의 수출도 증가한다.
넷째, 한류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멕시코에서 K-Con이 열리면 수만명의 팬들이 몰리는가 하면 아르헨티나에서는 한국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수교조차 맺지 않은 쿠바에서도 우리나라 연애인들 팬클럽이 있을 정도이다. 이는 한류 상품과 서비스 수출 증대에 직결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제품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주고 있다.

KOTRA가 선정한 대 중남미 수출 유망품목은 보안장비, 건설장비, IT 제품, 화장품, 의료기기, 의약품, 자동차부품 등이다. 치안이 좋지 못한 몇몇 중남미 국가에서는 보안장비 시장이 매년 두 자리 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도로 등 건설 인프라가 부족하여 건설장비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있다. 또한 우리나라 완성차가 많이 수출되어 자동차 부품에 대한 수요도 높고 한류 영향으로 화장품 또한 수출이 유망하다. 대다수 중남미 국가들은 의료 분야 제조 기반이 약해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IT 분야 또한 아시아로 부터의 수입이 많다. 중남미로의 수출을 꾸준히 준비해 나가면 우리 중소기업들도 충분히 수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