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현 前 SBS골프채널·MBC-ESPN 골프해설위원


100야드 이내에서 구사하는 모든 경기를 숏게임이라 칭한다. 이 중 가장 골퍼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이 바로 벙커 샷 일 것이다. 더욱이 여러 가지 골프 샷 중 유일하게 클럽과 볼이 직접 닿지 않게 하는 것이 벙커 샷이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일반적인 기술과는 다르게 벙커 샷의 효과적인 실행은 별도의 지식과 훈련이 요구되는 점이 특징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의 벙커 샷은 모래를 파면서 밀어내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는 벙커를 탈출할 수 있겠으나 자신이 원하는 탄도와 거리를 제어하기에 부적절하기 때문에 정확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보다 정확한 벙커 샷을 터득하기 위하여 그렇게 많은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백스윙과 임팩트 후까지 연결되는 스윙궤도의 움직임, 볼의 위치, 클럽이 볼의 어느 지점을 가격해야 하는지 정도의 기본 기술만 터득한다면 벙커 샷은 더 이상의 공포가 아니다.

올바른 벙커 샷의 순서
1) 일반적인 정석 스윙과는 달리 스탠스의 셋업과 몸통을 목표의 좌측으로 정렬한다. 가장 이상적인 몸의 이동은 17도로 알려져 있으며 주의할 것은 마치 목표가 좌측에 있는 것과 같은 기분으로 스탠스, 몸통, 어깨, 스윙라인 모두가 일체가 되어 모두 이동해야한다. 2) 클럽헤드의 밑바닥이 낮게 드리우도록 하면서 클럽헤드 날이 스윙라인보다 45도 정도 우측을 향하도록 충분히 오픈 시킨다. 이러한 클럽의 위치는 모래를 깊게 파면서 들어 올리는 스윙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시키며 클럽의 큰 솔(sole) 부분이 모래를 튀어 오르도록 만드는 샷을 가능하게 한다. 3) 볼의 위치는 정상보다 다소 왼쪽 발꿈치 앞쪽선상으로 위치시키며 클럽헤드가 임팩트 시 볼과 직접 만나는 위험을 줄이고 보다 많은 모래가 클럽의 솔과 마주치게 하여 준다.

정교한 벙커 샷 만들기
1) 벙커연습에 임해 볼과 깃대가 이루는 선상에 크고 긴 라인을 그린다. 2) 앞서 그렸던 선과 자신의 몸 쪽과 연결하는 직각선을 볼이 있는 곳에서부터 그린다. 그렇게 하면 두 개의 선이 만나는 지점에 볼이 위치할 것이다. 3) 볼의 위치는 왼발 뒤꿈치 앞쪽에 두고 왼발만 30-45도 연 상태에서 클럽을 45도 연다. 4) 백스윙이 9시 방향까지 오도록 만들며 볼 뒤의 10센티미터 뒷부분을 가격한다. 5) 임팩트이후에 충분한 폴로우드루가 낮고 깊게 있어야만 효과적인 벙커 샷을 할 수 있다.
샌드웨지를 들고 어렵게 벙커에서 탈출을 시도하기보다 칩샷으로 탈출을 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많은 골퍼들은 볼이 비록 벙커에 있지만 위에서 설명한 방법대로의 일반 벙커 샷 대신 치핑과 같이 볼을 살짝 들어 올리는 방법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올바른 결정이다. 그러나 스윙이 쉬운 대신 볼의 컨트롤이 좋지 않고 실수가 났을 때 에러의 폭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볼을 너무 두껍거나 얇게 치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므로 주의를 하고 볼의 라이 상태가 좋은 경우에는 과감히 시도해도 좋겠다. 또한 이 방법 외에도 벙커에서의 퍼터사용을 해보자. 퍼터가 그린 외곽에서 치핑을 하는 용도로 쓰이는 장면은 여러 프로의 경기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볼과 그린의 경계선상에 방해의 정도가 적은 프린지의 조건과 치핑보다 깃대에 더 가까이 붙일 수 있는 상황, 혹은 미스 샷이 일어나기 쉬운 라이 조건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벙커에서도 이러한 조건만 충족된다면 굳이 어려운 벙커 샷 대신 퍼터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러나 쉽고 정확하게 원하는 지점으로 샷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에 따르는 선결 조건이 존재한다. 하나는 볼이 샌드의 표면에 잘 위치해 있어야 하며 볼이 구르는 샌드의 표면이 단단하고 평탄하여 원하는 지점으로 볼이 이동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는 벙커와 벙커 턱과의 높이 차가 없어 볼이 구르는 상태에서 벙커 턱을 넘을 수 있는 조건에서만 선택이 가능하다.
벙커에서 반드시 샌드웨지만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아마추어 골퍼의 목표는 탈출이다. 치핑이나 퍼터로 해도 된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 이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