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시인

 

영화는 재밌습니다. 때론 감동도 줍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영화를 즐겨 본다는 건 영화가 주는 재미와 감동에 매력 포인트가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흥행 몰이를 하는 영화엔 이 재미나 감동이 듬뿍 담겨 있기 마련입니다. 명작으로 불리는 영화는 물론이고요.
그렇다면 영화는 왜 재미와 감동을 주는 걸까요? 아니 영화는 어떻게 재미와 감동을 담으려 애쓸까요? 또한 우리가 영화를 보며 단순히 접하는 재미와 감동 외에, 우리가 그냥 흘려보내고 또 번번이 놓치고 만 숨은 재미와 감동도 있지 않을까요?

'윤세민의 영화 읽기'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하려 합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 또 배우의 예술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영화는 '관객의 예술'이라는 겁니다. 관객이 없는 영화, 관객이 찾지 않는 영화, 관객이 느끼지 못하는 영화는 영화가 아닙니다. 네, 가장 소중한 관객에게 영화를 제대로 읽어 주고 보여 주자, 그래서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진짜 재미와 진짜 감동을 느끼게 해주자는 게 바로 '윤세민의 영화 읽기'의 목표입니다. 어려운 영화 용어나 문법을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가능한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겠습니다. 왜? 바로 관객이, 독자가 주인공이니까요~~

퀸과 IMF의 추억
'윤세민의 영화 읽기' 첫 주제는 '추억'입니다. 그 출발을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주제와 정서로 하고 싶었습니다. '영화' 하면 그 누구에게나 '추억'이 아련하게 담겨 있기 마련이니까요.
요즘 핫한 영화로는 '보헤미안 랩소디'와 '국가부도의 날'이 꼽힙니다. 그 요인으로 뚜렷한 주제의식, 탄탄한 스토리텔링, 배우들의 열연, 영상 미학 등을 꼽습니다. 그러나 평론가들조차 놓치고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추억'입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룹 퀸에 대한 황홀한 음악적 추억, '국가부도의 날'엔 가슴 아픈 IMF의 추억이 겹쳐지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추억 때문에 그 영화를 찾고, 그 영화 속에서 아련한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는 것, 그것이 두 영화의 부인할 수 없는 흥행 비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학창 시절 접했던 퀸은 주로 라디오나 레코드판을 통해서였습니다. 즉, 비디오가 아닌 오디오로 만난 것이지요. 아마도 퀸의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은 한마디로 '전율'이었을 겁니다. 단순한 놀라움으론 표현이 안 되죠. 그렇게 우린 퀸에 또 팝송과 락에 빠져들었지요. 그런 전설의 퀸을 오디오가 아닌 영화로 만난다는 건 바로 학창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것이며, 또한 다시 한번 느끼는 전율인 것입니다.
1997년 IMF 시절, 우리가 사업가였든 직장인이었든 백수였든 주부였든 학생이었든 IMF는 우리에겐 진한 슬픔이자 아픈 고통이었습니다. '국가부도의 날'은 당시의 여러 군상을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그 슬픔과 고통의 추억을 고스란히 되살려 주더군요. 다만, 당시의 슬픔과 고통을 넘어 이제는 그 고난을 억척스럽게 또 슬기롭게 극복한 터전 위에서 약간은 관조의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합니다. 어쨌든 IMF 시절의 추억을 가득 안고서.

누구에게나 영화는 추억
영화는 추억입니다. 여러분, 난생 처음으로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그때의 추억은 어떠셨는지요? 그것은 아주 특별한 체험이자 추억이었을 겁니다. 제가 영화를 처음 접한 건 서울 변두리의 어느 초등학교 운동장이었습니다. 당시는 학교 운동장이나 강당 같은 곳을 돌며 무료 영화를 틀어주곤 했었죠. 수많은 인파 속에서 엄마 손을 꼭 붙들고 처음 접한 영화는 제겐 그야말로 신세계로 다가왔었습니다.
그 뒤로 코흘리개 시절 동네 영화관 앞에서 "아저씨, 손 붙잡고 같이 들어가요!" 하며 즐겼던 공짜 영화들을 시작으로 중고등학교 시절엔 소위 땡땡이를 치고선 시내 중심가 극장에서 가슴 졸이며 봤던 숱한 영화들, 심지어 경복궁 옆 불란서문화관에서 봤던 무삭제 불란서 영화들은 제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어디 그것뿐이겠습니까? 두세 편 동시 상영 영화, 쇼도 보고 영화도 봤던 화신 극장, 좋아했던 배우와 감독이면 무조건 쫓아가 봤던 영화, 꾸부러진 색안경 쓰고 봤던 입체 영화, 대형 파노라마 영화, 피서지 영화 등등. 또한 영화는 누구랑 같이 봤느냐에 따라 그 추억도 무지개로 남아 있습니다.
이렇듯 영화는 누구에게나 추억입니다. 그렇지만 추억은 결코 과거에만 속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미래에 곱씹어 볼 멋있는 추억을 미리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내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과 함께 의미 있는 영화를 보면서 말입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