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百年), 해가 100번 바뀔 만큼의 '오랜 세월'을 뜻한다. 때로는 한 사람이 살아가는 시간에 비유해 '한 평생'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 한 해 전국에 위치한 '백년가게' 81곳을 선정했다. 30년 이상 대를 이어올 만큼 가치 있는 가게를 엄선했다. 이번 백년가게 선정은 우수성과 성장가능성을 함께 갖춘 가게가 앞으로 100년을 더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정부가 선정한 인천지역 가게는 4곳, 경기 가게는 5곳이다. 모두 지역주민에게 사랑 받으며 긴 시간 명맥을 이어왔으면서도 앞으로도 각자의 가치를 가지고 유지될 만한 곳들이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인천 시내에 위치한 음식점 '부영선지국'과 강화 풍물시장에서 오랜 시간 지역 특산품을 판매해 온 '고려화문석'을 소개한다.

▲ 김순자 부영선지국 사장
▲ 김순자 부영선지국 사장

 

▲ 부영선지국 기본 메뉴 '선지국'

 

▲김순자 부영선지국 사장
재료부터 손수 골라 … 37년간 고아낸 '신뢰'

부영선지국은 미추홀구 용현시장 인근 주택가에 숨어있는 맛집이다. 숭의역에서는 1㎞ 정도 떨어진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골목 사이에 있다 보니 마음먹지 않고는 방문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그래도 언제나 손님으로 붐빈다.

김순자 사장은 "1982년 문을 연 후 단 한 번도 손님이 없어서 걱정해본 적은 없다"고 말한다.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평일과 휴일, 비수기와 성수기를 가리지 않고 식당에 발걸음한 지역민 덕분이다.

김 사장은 부영선지국이 오랫동안 사랑받은 비결로 '신뢰'를 꼽았다. 그는 "긴 시간동안 변하지 않고 늘 좋은 음식을 내놓으려 노력했기 때문"이라며 "지난 37년 동안 한 동네에서 계속 문을 연 것도 이유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 부영선지국은 30년 전쯤 한 차례 이사를 한 이후 위치를 옮기지 않았다. 그마저도 바로 앞집에 '월세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가까운 자리로 옮겼다.
일요일만 빼면 항상 운영한다는 방침도 손님들의 신뢰를 쌓는 데 한몫했다. 그나마 쉬는 일요일도 평일과 다를 바 없다. 재료를 공수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거나 가족들이 함께 모여 김치·양념장을 담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에겐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믿을 만한 음식만 내놓자"는 철학이 있다. 이 때문에 원재료를 직접 골라 대부분의 식자재를 직접 만든다. 그는 가게 한 편에 가득 쌓인 건고추 포대를 가리키며 "이전부터 고춧가루부터 간장까지 웬만한 재료는 다 직접 만들고 있다. 엊그제도 충북 음성에서 고추를 대량으로 구매해 빻을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점을 내지 않은 이유도 그의 철학 때문이다. 대신 그는 전수를 원하는 딸 이수경씨를 10년째 함께 일하며 가르치고 있다. 이씨는 재료 손질 방법부터 조리법까지 실무를 직접 익히고 있다. 한식 요리 자격증을 따고 친절 서비스 과정을 배우는 것은 덤이다. 김 사장은 "이제는 잠깐 자리 비워도 믿고 맡길 수 있다"며 밝게 웃었다.

앞으로도 그는 '부영'의 명맥을 계속 이어가고자 하는 바람을 전했다. 40년 전 이모가 충청북도 천안에서 운영하던 '부영식당'을 이어받은 만큼 앞으로는 또 누군가가 이름을 이어가길 원했다. 김 사장은 "모든 재료는 살아있는 생물 그 자체"라며 "맛도 중요하지만 영양 과학적으로도 뛰어난 음식을 위해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물려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소: 인천시 미추홀구 장천로14번길 20

▲ 이경옥 고려화문석 사장
▲ 이경옥 고려화문석 사장

 

▲ 다양한 문양이 새겨진 화문석 제품
▲ 다양한 문양이 새겨진 화문석 제품

 

▲이경옥 고려화문석 사장
전수자 줄어든 만큼 … '전통' 이어가는 노력

꽃이 수놓아진 돗자리를 뜻하는 '화문석(花紋席)'은 지역 내에서는 통왕골 줄기를 이용해 크게 짠 돗자리를 가리킨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습도 조절에도 우수한 특징을 보여 사계절 사용하기 좋은 고급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강화 화문석'은 해풍을 맞아 튼튼한 순백색 왕골로 만드는 최상급 특산품이다. 전통적으로 강화군민들은 가가호호 제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부만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재배와 가공이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만큼 전수받는 이들도 적은데다, 수요도 줄고 있어 전수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강화군은 전통공예품인 화문석 명맥을 잇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판매장을 한 곳으로 모으려는 사업이다. 이경옥 고려화문석 사장도 강화군 사업의 일환으로 지금의 풍물시장에 정착했다.
그는 "1980년에 당시 강화 중앙시장에서 왕골공예 제품 판매장을 처음 열었다가 토속판매장으로 옮긴 이후, 2008년 풍물시장 신축 건물이 생기며 이곳에 입주했다"고 설명했다.

40년 가까운 시간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강화도에서 나고 자라 화문석에 애정이 많았던 남편 정택용 씨는 1990년대 왕골공예 조합을 만들고 지역 장인들을 모아 함께 생산하는 '강화화문석 특산단지'를 차렸다.
1996년에는 용을 수놓은 '도약'이란 제품으로 제26회 전국공예품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화문석 계열에서는 유일한 수상작이었다. 영국에 사는 한인 부부에게서 주문 제작이 들어올 만큼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IMF를 맞으면서 자체 생산은 아예 접어야 했다. 이 사장도 생계를 위해 남편 대신 왕골공예 제품 판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IMF시기 이전만 해도 강화 5일장마다 2000장씩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반면 지금은 60대 이상 노인들만 남아있다. 정기적으로 제품을 주문하고 거래할 수 있는 곳만 따지면 30여곳 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은 전통 화문석의 명맥이 이어지는 것이다. 바구니와 방석 등 응용제품과 함께 전통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특히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화문석문화관을 만든 강화군이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와 주민센터의 노력에도 감사를 표했다.

이 사장은 "먹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강화 왕골에 대한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더 크다"며 "할 수 있는 데까지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소: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중앙로 17-9 풍물시장 2층 2086호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