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편안하게 있을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으로, 근심 걱정이 없을 때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라는 경계다.
우선 당장 편한 것만을 택하는 꾀나 방법. 한때의 안정을 얻기 위하여 임시로 둘러맞추어 처리하거나 이리저리 주선하여 꾸며 내는 계책을 이르는 고식지계(姑息之計)의 반대어다.
이달 초 경기 고양시 백석동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귀가 중이던 꽃다운 예비부부와 신부의 아버지까지 단란한 한 가정을 일시에 죽음으로 몰아넣은 온수관 파열 사고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부실한 배관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예산부족을 핑계로 정기점검 등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였다고 한다.

최근 지자체들이 너나 없이 복지 포퓰리즘에 빠져 있다고 한다. 지자체 대상의 한 조사에서 내년 예산을 분석한 결과 키워드는 단연 '복지'였다. 복지 예산이 증가하면서 '정작 써야 할 곳에 쓸 돈이 없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2019년 전국 광역자치단체 예산을 분석한 결과 17곳 중 13곳 사회복지 예산 비중이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스페인은 2000년대 부동산 호황과 저금리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탔다. 2007년 1인당 국민소득(GNI) 3만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이듬해 3만5000달러 벽도 뚫었다. 사회당 정권 10년간 공공지출이 큰 폭으로 확대되고 지방자치단체들은 표심을 얻기 위해 앞다퉈 채권을 찍어내 공공사업을 펼쳤다. 17개 지자체는 200조원이 넘는 빚을 내 경쟁하듯 학교와 양로원, 공항을 지었다. 비행기 한번 못 띄운 '유령공항'이 7곳에 달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스페인의 국민소득은 2012년 3만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지난해 2만6000달러 선까지 밀렸다. 자유주의 경제학의 세계적 석학인 페드로 슈와르츠가 언론 기고를 통해 언급한 내용처럼 포퓰리즘에 기댄 성장은 '허상'이었음이 드러났다.

연국민소득 4만달러 돌파나 안착에 실패한 국가 5곳(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슬로베니아)을 분석한 결과 단기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쳐줄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실패의 원인 중 하나였다고 한다. 일본과 이탈리아는 한때 4만달러를 넘었지만 다시 3만달러대로 내려앉았고 스페인 그리스는 3만달러대에서 각각 2만6000달러, 1만8000달러까지 추락했다. 이들 국가는 모두 현재 우리나라와 같이 기대수명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본과 이탈리아 스페인의 기대수명은 세계 2~4위다. 의료 복지와 교육, 산업 인프라 시설이 유럽의 평균 수준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정부의 관료주의와 포퓰리즘에 기반한 과도한 재정투입, 취약한 사회 인프라가 성장세를 가로막고 정작 필요한 곳에 예산이 투입되지 못한 것이다.

우리모두는 공공부문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더 이상 방치는 미필적 고의죄에 해당됨을 알아야 한다.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 산을 만나면 길을 트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의 정신으로 27년이란 세월속 노후로 인한 온열관 사고로 더 이상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포퓰리즘이 아닌 국민모두의 안전을 위한 노후화 된 공공부문 등에 우선 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