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민 인하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누구에게나 세월은 흐르고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필자에게 올림픽은 그런 존재이다. 4년마다 늘 같은 모습으로 그렇게 다가오고 지나가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필자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올림픽 역시 세월 앞에서는 변해 갈 수 밖에 없나보다.
얼마 전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실내 스카이다이빙 종목을 2024년 프랑스 파리올림픽에 시범종목으로 채택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일일이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현재 올림픽의 모습도 1896년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라 불리는 쿠베르탱이 제1회 올림픽을 시작하였을 당시와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음에 틀림이 없다. '실내 스카이다이빙'도 미래의 어느 올림픽에서는 시범종목이 아닌 정식종목으로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실내 스카이다이빙'보다 훨씬 큰 파격적 변화를 선도하는 종목이 있었으니, 바로 e-Sports (e스포츠) 종목이다. 'e스포츠'가 처음 언급되었을 때를 회상해 보면, "앉아서 손가락만 까딱거리는 비디오게임을 스포츠라 분류할 수 있겠는가?", "스포츠라 부르지도 마라!" 등의 스포츠계의 살기 넘치는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늘 혁신과 융합에 집착하는 실험이 난무했으며, 냉정한 경제적 원리 앞에서는 백년이상의 이어온 '올림픽 전통'의 자존심도 처참히 구겨지고 있는 듯하다. 거침없이 세(勢)를 키우고 있는 'e스포츠'라는 핵탄두급 미사일은 언제든 스포츠의 하이라이트라 여기는 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미 'e-스포츠'는 2018년 인도네시아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되어 실전경험을 마쳤고, 2024년 프랑스 파리 올림픽의 정식종목 채택 여부를 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 (IOC)에서 꾸준하게 논의를 거치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 7월에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e스포츠 포럼에서 IOC, 국제스포츠경기연맹, 2024년 프랑스 파리 올림픽 유치위원회 그리고 다양한 e스포츠 산업계 대표들이 참석하여 진지한 협의를 진행하였다. IOC는 충분한 경제성 분석을 통하여 'e스포츠'를 올림픽의 차세대 블루오션 콘텐츠로 지목하고 돌진하는 모습이다. 'e스포츠의 올림픽 입성'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요약하면, 올림픽 종목으로의 입성은 단순히 스포츠 종목 자체의 성장만을 넘어서, 관련된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관련 이벤트의 확대 및 확장산업의 전체적인 큰 변화가 동시에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e스포츠'가 국제적으로 위상을 공고하게 쌓아가고 있는 현실과는 사뭇 다르게, 아직까지도 대한민국에서 'e스포츠'는 그저 '일부 10대, 20대가 빠져 있는 중독성 비디오 게임'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니 이러한 사회적 인식 속에 'e스포츠'가 정보통신기술과 이동통신 산업의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하나의 축이라는 평가는 우리의 고개를 더욱 갸우뚱 하게 된다. 아울러, 대한민국 스포츠계의 평가는 아직도 냉혹하다. 현재 한국e스포츠협회는 대한체육회 산하의 정회원 단체로 인정받고 있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대한민국 사회 속에 큰 파장을 일으킬 만한 문화체육관광부와 모 사립대의 행보가 눈에 띈다. 소위 '대한민국 SKY'라 불리는 최상위 대학에서 e스포츠'관련 전공을 신설하고, UCLA(캘리포니아 주립대), 싱가포르 국립대, 스탠포드 대학 등 글로벌 명문대들과 함께 e스포츠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거버넌스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물론, 이는 게이머의 양성이 궁극적 목적이 아니라, 'e스포츠'의 핵심적 확장산업인 애니메이션,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AI)등의 개발연구를 핵심으로 한다고 한다.

이러한 'e스포츠'와 연관하여 전통 스포츠계와 교육계의 패러다임의 변화는 참으로 신선한 도전이고 저항이라 여겨진다. 어쩌면 당연한 변화의 노력이라고 보인다. 어느 역사든 변화에 대한 저항은 늘 있어왔다. 때로는 순간의 결정이 새로운 세상을 이끈 지각변동의 사례도 있다.
프로게이머로서의 성공 즉 그들만의 리그에서 'e스포츠계의 김연아'로서 성공에만 집중했던 'e스포츠' 산업도 이제는 다양한 확장산업의 핵심역량으로 새롭게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시간이 훗날 'e스포츠'에 대한 역사의 평가에서 새로운 도전들로 미래의 스포츠 콘텐츠에 무엇인가를 선도하는 혁신과 융합의 첫 걸음으로 기억되길 가슴 설레며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