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 연구 역량은 집중돼야 한다. 연구 분야에서 인력과 인프라가 분산돼서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또 인천을 모항으로 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1척으로는 남·북극의 광범위한 지역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혹독한 기후 탓으로 미지의 세계로 여겨졌던 극지가 블루오션의 영역이 된지 오래됐다. 특히 북극은 그린란드를 중심으로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천연자원을 보유한 에너지의 보고로 주목된다. 선점해야 할 자원부존 지역이다.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북극에 투입되는 기간이 1년 중 1개월에 불과한 만큼 시간을 다투어야 할 양극 연구의 균형적인 추진에도 어려움이 있다. 제2 쇄빙연구선이 시급히 건조돼야 할 이유다. 극지연구는 투자보다 효과가 훨씬 큰 미래 연구영역이다.

한국은 세계 최초의 쇄빙유조선을 건조할 정도로 쇄빙선 설계와 건조기술을 확보했다. 아라온호가 남극을 담당하고 제2 쇄빙연구선이 북극을 전담해 상호 보완적이고 연구 집약적 활동을 한다면 10여년 동안 인천에서 노하우를 쌓아온 극지연구소는 기능과 역할을 배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극지연구소는 부산 이전 논란을 겪는 등 편협한 지역정치 논리가 작용해 시민들의 시각도 편치 않은 분위기다.

극지연구소 인근에 3년간 185억 원을 들여 2021년 극지환경재현센터가 들어서는 마당에 정부가 최근 '2050 극지비전' 선포식을 부산에서 개최하는 등 소모적 논쟁을 조장하고 있다. 국력 낭비라는 따끔한 질책이 뒤따랐다. 양극 연구에 적합한 쇄빙연구선을 건조하고, 한층 향상된 극지연구를 지원해야 할 때다.
국내 기술력으로 탄생해 '전 세계의 모든 바다를 누빈다'는 의미의 아라온호처럼 제2의 쇄빙연구선이 글로벌 도시 인천에서 출항의 뱃고동을 울려야 한다. 아라온호는 남극 세종·장보고 과학기지와 북극 다산과학기지를 오가며 독자적 극지연구 능력 확보와 극지 과학기술의 신장을 통한 국가 활동영역 확장을 도왔다. 쇄빙연구선의 원활한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모항 기지는 연중 수심이 일정하고 기상에 관계없이 정박이 가능한 아시아 최대의 정온수역을 갖춘 인천 내항이 최적지임을 상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