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병국
▲ 지난 19일 인하대학교에서 만난 이병국 시인은 "강화도에서 자란 저에게 인천은 제2의 고향 같은 곳이에요.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지금은 편안해요. 언젠가는 지역에 대한 시를 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글로 일상을 그린다. 이병국(39) 시인의 이야기다. 그는 자신의 혹은 타인의 일상을 언어화해 우리에게 소개한다. 지난 19일 인하대학교에서 이병국 시인을 만났다.

사람들이 매번 다른 옷을 입듯, 상황에 따라 몸을 달리한다는 그는 일상을 살 때는 일상인의 몸을, 시를 지을 때는 시인의 몸을, 평론을 쓸 때는 평론가의 몸으로 살아간다.

# 꿈이 밥 먹여주진 않더라

이병국 시인이 처음 시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고등학교 때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당시 국어선생님이었던 탁경순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펜을 들기 시작했다.

"처음 시를 쓰게 하신 분이에요. 제가 시를 써서 가져가면 어떤 식으로 고치면 좋을지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리고 제가 힘들 때마다 옆에서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그렇게 단순히 누군가의 옆에 있기 위해 시를 쓰기 시작했던 학창시절 이병국은 국어선생님의 모교였던 인하대 국문과에 들어가게 된다. 이후 '청하'라는 학회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2006년 그는 학교를 졸업해 당장의 생계를 위해 취업전선으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그가 처음으로 접하게 된 직업은 '학원강사'다.

"처음에는 인하대 대학원에 입학을 했어요. 하지만 경제적으로 힘들어져 재적 처리를 하고,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당시 5년 있다가 다시 와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나왔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딱 5년이 걸렸어요. 다시 이곳으로 오기까지."

그는 생계를 위한 일을 하면서도, 손에서 펜을 놓지 않았다. 물론 전처럼 많은 시를 쓸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글을 썼다고 한다.

2012년, 인하대학교 출신들이 등단을 하기 시작했다. 인하대에 그들의 이름 석자가 박힌 현수막이 펄럭였다. 그는 그것을 보고 '나도 될 수 있을 거야'라는 마음을 새기며, 글을 투고하기 시작했다.

몇 번의 고배를 마셨을까. 그에게 들려오는 것은 응답 없는 울림뿐이었다. 치열하게 글을 쓰던 그는 결국 2012년의 마지막달 '가난한 오늘'이라는 시로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된다.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알릴 수가 없었다. 인하대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지만 지도교수나 학우들에게는 당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발표 날이 대통령선거 바로 전이었어요. 등단 소식을 알리고 싶었지만, 알리기가 좀 그랬어요. 그래서 부모님께만 전화로 말씀드리고 말았어요."

혹독한 겨울에 한줄기 햇살이 스며들었던 그날, 비로소 그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시를 쓰던 그에게 새로운 무엇인가가 필요했던 것이었을까. 그는 '평론'으로의 '외출'을 시작했다. 대학에 들어간 그는 시 이외에 평론이라는 새로운 문학의 지평에 발을 디디게 된다.

"영화를 보다가 어떻게 보면 효율적으로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멋진 수요일'이라는 학회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평론 공부를 하게 됐어요."

시와 함께 꾸준히 평론을 쓰던 그는 결국 시에 이어 평론으로도 등단을 했다. 지난해 '유실된 인간, 혹은 가능한 역사 너머 -조해진과 최은영의 소설이 말해주는 것들'로 중앙신인문학상 문학평론가로 등단을 한다.
# 최고의 작업실은 동네 카페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글은 다양하게 쓰인다. 그는 세상의 이면들을 들춰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낸다. 현실을 더욱 현실같이 묘사한 그의 글을 보고 어쩌면 당혹감 혹은 어딘가 모르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는 주로 사회적인 일들 혹은 뉴스에 나오는 사건들을 보고 영감이 떠오르는 편이에요. 혹은 제가 일상을 지내면서 보는 것들을 소재로 해서 시를 써요. 그래서 저의 작업장은 인하대 후문에 있는 카페에요. 그곳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보인다면 다가서기 마련이다. 그는 자신 혹은 타인의 일상을 지켜보며 그것을 언어로 풀어낸다. 그렇기에 그의 글이 평범하면서도 특별하다. 그는 글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머무른다.

"제 시에 '블루독'이라는 시가 있어요. 그 시의 경우 예전에 뉴스를 보다가 쓴 시에요. '블루독'은 원래 유아용품 브랜드였어요. 그것을 어떻게 제 이야기와 결합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한 다음에 어떻게 언어화를 할지 생각을 했어요."

이외에 '토렴'이라는 시 또한 수요미식회에 방영된 토렴이라는 행위를 보고, 글을 썼다고 한다.

아직 그에게 어려운 분야도 있다. 바로 공간과 관련된 시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강화에 대해 글을 써보기 위해 도전을 했지만, 아직 그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그의 시에 '강화'가 도전의 산물이다.

"아직 많이 미흡해요. 공간을 그리려고 했지만, 상황 묘사에 그치고 말았어요."

그동안 써온 시들이 비로소 세상의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병국은 올해 10월 처음으로 그동안 자신이 써왔던 시들을 엮어서 책을 펴냈다. 시집 이름은 <이곳의 안녕>.

"안녕이라는 말은 작별 인사를 뜻하기도 하지만, 한문으로 '安(편안할 안)'을 써서 위안을 의미하기도 해요. 시집의 안녕은 위안을 말하는 것으로, 과거가 어떻든 지금 현재 당신이 있는 곳이 당신에게 위안을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제목으로 했어요."

시를 쓰는 궁극적인 목표는 '곁'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소외받고 힘겨운 사람들의 곁에 있어주는 시를 쓰고 싶다고 한다. 작가는 시집을 통해 물음을 던진다. 과연 우리의 곁에는 누군가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마냥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글을 업으로 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30대의 끝인 지금, 시와 평론으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힘든 현실이라고 한다.

"그저 글만 쓰고는 기본적인 생활을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글을 쓰는 작가들은 부수적인 다른 일도 해요. 저도 지금은 대학에서 강사 일을 하고 있다보니 어느 정도 생활이 유지되고 있지만, 어느 순간 위태로워질지 그건 어느 누구도 모르죠."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