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남석 인천 연수구청장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한 연수구와 수도권 주민들의 열망이 뜨겁다. 여야 정치권의 잇단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촉구에 이어 자치단체별로도 면제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한창이다.
지난주 35만의 연수구가 10만 구민 서명운동을 시작한데 이어 노선이 지나는 수도권 12개 지자체 단체장들도 속속 수도권 100만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때를 같이 해 주민들의 자발적인 청와대 국민청원도 이어지고 있다. 모두가 그동안 응어리진 주민들의 교통복지 공백과 주거 편중화 해소를 위한 자발적인 참여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정부는 지난 19일 3기 신도시 입지에 맞춘 교통대책을 발표하면서 GTX-B노선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내년 안으로 완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선교통 후개발'이라는 기조와 함께 당연히 환영해야 할 내용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진행과정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다. GTX-B노선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중이었다. 물론 한 차례 보완 과정을 거쳤지만 조사 2년차에 접어든 마당에 '내년 완료'라는 발표는 개운치 않은 대목이다. 내년에 조사가 완료되더라도 예비타당성조사에만 3년이라는 시간이 고스란히 소요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결국 당연히 통과돼야할 예비타당성 조사에 내년이라는 시기만 다시 한 번 강조한 꼴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는 지하 40~50m 깊이 터널에서 시속 100㎞~180㎞로 달리는 신개념의 교통수단이다. GTX-B노선은 인천 송도를 출발해 부평, 당아래, 신도림, 여의도, 용산, 서울역, 청량리, 마석에 이르는 80.1㎞ 구간으로 인천과 서울을 20분에 연결한다.

13개 역사와 차량기지 1곳의 건설비를 포함해 5조9000억원이 드는 대형 사업이다. 지난 2016년 국토부의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반영 이후 지난해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현 정부의 핵심 시책사업이기도 하다.
이달 착공을 앞둔 GTX-A노선과 내년 초 기본계획에 착수하는 GTX-C노선을 바라보는 인천과 연수구민들의 상실감은 크다. 기존 광역교통시설로 교통수요를 해결하지 못하게 된지 오래인데다 누적된 지역적 소외감 때문이다. 지역외로 출·퇴근 하는 주민들은 하루에 서너시간씩 콩나물 시루같은 전철이나 버스에 시달려야 한다.
공항과 항만을 끼고 환황해권시대를 꿈꾸는 경제분야도 늘 교통문제가 걸림돌이다. 내년 국내 최대 크루즈전용부두 개장을 앞두고 공항과 항만을 끼고 국제물류·비즈니스의 중심축이 되어야할 인천엔 그 흔한 KTX 조차도 비켜간다.

연수구는 지난달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수도권 12개 기초단체장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GTX-B노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촉구한 바 있다. 문제는 사업 기간이다. 인천 송도와 남양주 마석을 30~40분대로 연결하는 이 노선은 2025년 개통이 목표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된다 해도 기본계획 고시와 사업자 지정, 실시계획 승인과 공사기간 등을 거치면 아무리 빨라도 8년여가 걸린다. 그 기간 수도권의 남과 북을 잇는 다른 두 개의 GTX 노선은 개통되지만 서부와 동부를 연결하는 유일한 광역급행철도망인 GTX-B노선은 개통이 불가능하다.

늘어나는 교통 수요에 대한 대처뿐 아니라 안팎의 호재 속에서도 지역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공산이 크다. 인천과 수도권의 지자체들이 서명운동을 위해 거리로 나선 이유다.
그나마 다행스러운건 정부의 개발방향이다. 지역 개발에 앞서 교통인프라 확보가 우선이라는 입장이 눈길을 끈다. '선입주 후교통'으로 주택시장의 외면을 받았던 지난 2기 신도시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그렇다면 GTX-B노선이야말로 3기 신도시의 핵심인 1만7000가구의 계양 테크노밸리와 6만6000가구의 남양주 왕숙 개발의 선제적 조건이다. 정부의 '선교통 후개발'의 실천을 위해서는 지역간 균형있는 교통망 확충이 민심과 소통하는 첫걸음이다.

지금 거리로 나선 수도권 12개 지자체 주민들이 예비타당성조사 통과가 아니라 조사의 면제를 촉구하는 이유다. 정부의 현명하고 균형잡힌 선택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