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11월 하순에 국민 1,000여명에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찬반의견을 물었다. 응답자중 42%가 찬성했고 좋다고 했고, 29%가 좋지 않다고 했으며, 29%는 의견을 유보했다고 한다. 강의시간에 48명의 사회과학대학 3학년 또는 4학년 학생들에게 연동형비례대표자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모두 침묵하는 가운데 한 학생이 "지역구 당선비율로 국회의원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라고 답했다. 정반대다. 12월15일 여야5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와 "선거제도 개혁관련 법안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논의를 시작한다"를 포함한 6개항에 합의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무엇인지 모른다. 생소하다. 무엇과 무엇이 연동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 제도는 독일과 뉴질랜드 정도에서 시행되고 있다. 독일연방선거법 제1조는 '인물선거와 결부된 비례대표제'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인물중시 비례대표라고 한다. 여전히 이해가 쉽지 않다.
독일에서는 598명 연방하원 중에서 절반인 299명을 지역(선거)구마다 1명을 선출하고, 나머지 절반은 정당명부에 의해 선출한다. 유권자들은 2표 중에서 한 표는 지역구 후보에게 투표를 하고, 다른 한 표는 주별로 정당명부를 제출한 정당에 투표를 한다. 각 정당에 배정되는 총의석은 정당투표의 득표율에 의해서 배정된다. 각 당에 배정된 의석범위 안에서 지역구당선자가 우선적으로 당선되고, 남는 의석은 정당명부의 순위에 따라 배정된다. 만약 지역구 당선자가 당에 배정된 의석보다 많으면 정당명부에 따른 당선자는 없으며 초과의석이 발생한다. 의원의 숫자가 정원보다 늘어난다. 이로 인하여 정당간 비례가 무너져 이를 시정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보정의석이 필요하게 되어 또 의원은 늘어난다. 복잡하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민심대로 국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한다. 국회를 정당별 득표율에 비례하여 구성하자는 것이다. 누구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문제는 선거의 비례성을 높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며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국회의원 전원을 정당명부로 선출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선거결과의 비례성을 높이는 획기적인 방법이지만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지역구선거를 현재 지역구 253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 비례대표를 늘리기 위해 국회의원을 늘려야 한다고 한다. 현재의 지역구를 개편하면 국회의원 반발로 선거법개정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이유를 든다. 지역구의 사유화를 용인하는 반개혁적 발상이다. 소선거구제로 인한 폐단은 비례성의 왜곡만큼이나 심각하다. 국민전체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이 국정은 뒷전이고 지역구관리에 급급하다. 지역구 당선을 위해 국회의원이 국가예산에 빨대를 꼽아 지역구로 빼돌리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심각한 부패다. 국회의원이 정책개발보다 경쟁자 흠집내기에 골몰한다. 건설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국회의원을 소지역주의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시·도별 대선거구제가 검토될 수 있다. 스위스에서는 이를 통해 정치안정과 정치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 국회의원 증원도 불필요하게 된다. 국회구성의 비례성을 높이면서도 국회의원의 증원을 막을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검토하지 않고 증원을 고집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당공천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두 표 중 한 표로 정당을 선택하는데 정당이 공천한 후보자를 믿을 수 없다면 차라리 비례대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연동형 비례대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공천의 정당성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제도는 실질적 의미의 헌법이다. 이에 선거제도를 직접 헌법에 규정하는 나라도 있다. 선거법개정에 착수한다는 것은 곧 헌법개정에 착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선거제도는 국가의 권력구조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선거제도와 권력구조가 정합성을 갖지 못하면 국정운영은 더 어려워지고 갈등은 증폭되고 소모적인 정치가 될 수도 있다. 대통령 권력집중을 그대로 두고 다당제 질서를 전제로 한 비례대표제의 강화는 최악의 정치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5당이 합의한 대로 선거제도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권력구조개편을 위한 헌법개정이 반드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