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진출 필요 … 바닷모래 수입 유력
항만에 철도 잇는 '랜드브릿지' 제안도
▲ 지난 19일 송도컨벤시아 회의장 3층에서 개최된 '인천항 발전 남북경제협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최근 남북은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통해 육로 연결 준비를 착착 갖추고 있다. 육로에 이어 바닷길을 연결하는 논의도 서둘러야 할 때가 오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남북경제협력 시대를 앞두고 인천항에 새로운 기회가 오고 있다.

인천시·인천항만공사(IPA)·㈔인천항발전협의회는 지난 19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인천항 발전을 위한 남북경제협력 토론회'를 열고 인천항을 중심으로 한 남북경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인천항이 나아갈 길을 짚어봤다.

▲남포항 진출 가능성 높아

이향숙 동북아물류대학 교수는 '남북경협에 따른 인천항의 역할' 주제 발표를 통해 북한 항만의 현 상황과 인천항을 중심으로 한 남북경협 방안에 대해 제안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북한 항만은 무역항 9곳, 원양수산기지항 5곳, 어항 30여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주요 무역항은 남포, 해주, 청진, 흥남, 나진, 송림, 원산, 선봉, 단천 등이다.
지난 2015년 기준 수출 2041만t, 수입은 118만t을 기록하고 있다. 하역능력은 4156만t으로 우리나라 11억4092만t의 4% 정도 수준이다.

북한 항만 가운데 가장 개발이 유력한 곳은 남포항이다. 남포항은 평양시에서 남서쪽으로 45㎞ 정도 떨어진 대동강 하류의 항만이다. 북한의 제1의 항구로 불리며 주요 교역과 물류를 책임지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10개 부두에서 최대 5만t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역에는 평균 3일 정도가 소요되며, 벌크선의 경우는 하루 2000t~2500t 정도를 하역할 수 있다. 남포항은 화력발전소가 인접해 있어 전력공급이 원활한 편이다. 평양 인근이라 도로와 철도 등의 인프라도 잘 갖춰진 곳이기도 하다.

해주항도 중요한 무역항이다. 국내항과 국제항으로 구분돼 있으며, 시멘트 전용항을 갖추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해주 공장에서 생산한 시멘트를 배에 바로 선적하기 위한 컨베이어 벨트 시설도 갖추고 있다. 동해안에 위치한 청진항은 북한의 주요 항구지만, 임차권을 중국과 러시아가 소유하고 있어 우리가 진출하긴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공기업이 남포항 진출해야" … "바닷모래 수입 가능성 높아"

이 교수는 공기업을 통해 남포항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포항은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 반드시 인천항과 항로로 연결될 곳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개발도상국과 공산주의 국가들은 해외자본을 유치하면 정부가 관리 가능한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다"라며 "공기업 관리·감독을 선호하다보니 LH,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력, 인천항만공사 등이 참여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크레인 등 각종 항만장비를 구입해 남포항에 대여하고, 항만장비 운영과 관리를 위한 교육 사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주항 바닷모래 수입 사업은 가장 빨리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004~2009년 북한으로부터 모래를 수입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수입량은 2004년 2만8700㎡에서 2007년 149만5600㎡로 정점을 찍었다.
다만 인천에 모래 전용부두를 준비하지 않으면 모처럼 진행될 경협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인천에도 모래부두가 있지만 5000t 이상 대형선 접안이 어렵다"라며 "골재비축기지도 조성하려다 무산된 사례가 있다. 가져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리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성과를 못 낼 가능성도 크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이 밖에도 부가가치·남북공동물류센터 조성 및 운영과 크루즈 관광사업 발굴 사업도 인천항과 북한 항만을 중심으로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경협을 위해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는 △북한 투자리스크를 없애기 위한 신변안전보장·투자보장 제도 △북한에 투자하기 위한 재원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인천항의 기회는 랜드브릿지(Land Bridge·해상-육상 복합 운송)"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물류연구본부장은 인천항과 철도를 함께 고민하는 내용의 '남북 물류협력과 인천의 기회'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 본부장은 철도 연결에 난점이 많아 결국 바닷길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나라마다 철도 운영에 차이가 있다 보니 한국에서 출발한 열차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멈추지 않고 도착하기란 불가능하다. 특히 차량 규격, 주파수, 신호체계, 궤도 등 대부분의 분야가 다르기에 차량을 바꾸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 본부장은 "북한 철도는 너무 낙후돼 있어 대부분 정비할 수밖에 없다. 철도를 연결하더라도 우리 열차가 대륙으로 진출하기엔 문제가 간단하지가 않다"라며 "특히 러시아 구간은 단선이라 철로를 제대로 이용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인천항에 '랜드브릿지'를 제안한다. 인천신항에 철도를 깐 뒤 인천에서 고부가가치 화물을 실어 보내자는 뜻이다. 이 본부장은 "항만과 철도를 연결하는 복합물류에 인천항이 유리한 점이 많다. 신항에 철도를 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