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로 본 인천 근현대'
▲ 사진은 화도진도서관의 제공으로 특별전에서 소개된 시대별 주요 장면을 소개한 것이다.1890년대 후반의 인천항 전경. /사진제공=화도진도서관

 

▲ 1911년 시작된 인천항 제1도크 공사현장.

 

▲ 1920년대 월미도 유원지 항공사진.

 

▲ 1930년대 인천부 본정 일대.


화도진도서관 30주년 맞이 전시

시립박물관·문화재단 공동기획

1만1208점 자료들 묶어 책 발간

인천거주 일본인 그린 지도 눈길

인천항·관문·거리·공원 등 담아




누구에게 역사는 추억이지만, 한편으로는 씻기지 않는 상처이다.

화도진도서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아 전시한 '자료로 본 인천의 근현대'는 인천시립박물관과 인천문화재단 인천역사문화센터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인천 관련 자료를 시민에게 소개하며 수집된 근현대 기획물들이 시민 앞에 선보였다.

자칫 사라질 뻔 했던 여러 근·현대 자료들을 공개한 '사료(史料)의 화려한 잔칫상'인 이 전시회, 기획전에서 공개된 자료들을 묶어 발간한 <자료로 본 인천의 근현대> 책을 통해 시각적 한계를 넘어 한 세기 전의 시간 여행을 해볼 수 있다.

다만 시각 자료의 표면에서 읽히는 것을 넘어 서민의 애환을 사진 속에서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인천. 근현대의 속살이 열리다.
화도진도서관개관 30주년을 맞아 인천시립박물관, 화도진도서관, 인천문화재단 인천역사문화센터가 공동으로 기획한 '자료로 본 인천의 근현대'가 전시됐다.

화도진도서관은 2000년 7월 '향토·개항문화자료관'을 주제로 하는 특화도서관으로 지정됐다. 사라질뻔한 인천의 근현대 자료들을 지속적으로 수집해 모아온 자료들이 공개됐다. 향토·개항문화자료관은 현재 도서 9660권과 비도서 1548점 등 모두 1만1208점의 자료를 갖췄다.

전시는 크게 두가지로 진행됐다.

제물포에 드나들었던 사람들이 남겨놓은 기록을 통해 당시 인천의 모습을 네개의 이야기로 보여줬고, 화도진도서관이 수집·보존해 온 인천의 향토·개항 자료와 공개되지 않았던 희귀자료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이뤄졌다.

인천항 전경 등 인천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부터 1940년대 월간 인천 잡지, 조선신보까지 다양한 자료들이 소개된다. 특히 <개항과 양관역정>은 1950년대 발간된 책 중에서 유일하게 인천의 건축물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한국 근대 건축물 연구에 귀중한 자료다.

이번 전시에는 향토사학자 고(故) 최성연(1914~ 2000) 선생이 책 <개항과 양관역정>을 펴내는 과정에서 직접 찾아다니며 촬영한 사진과 도면, 각종 스케치 등 귀중한 자료도 공개됐다. 화도진도서관은 지난 2007년 12월 일본국립국회도서관이 소장한 조선신문과 조선신보의 마이크로필름 62롤을 구매했고, 이를 디지털 지면과 영인본으로 만들어 선보였다.

주목할 시선은 '인천거주 일본인이 그린 지도'이다.

1940년 전후를 기준으로 인천에 살았던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기억에 따라 일본 조례를 중심으로 작성한 지도에는 학교, 관청, 소방서 등의 관공서와 공공시설은 물론 목욕탕, 식당, 병원, 여관, 사찰, 세탁소, 택시부, 담배가게 등 각종 가게와 사업장의 위치와 이름을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집집마다 거주 일본인의 이름까지 적어 놓아 1940년 전후 개항장 일대의 전체 현황을 파악하는데 유용하다는 평가이다.

전시회 사진을 엮은 책에 담긴 논고 '지역사 연구의 진로를 함께 모색하는 계기돼야'를 집필한 조우성 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일제가 만든 이런저런 책들을 번역, 출간한 것이 곧 인천의 근현대사 연구의 일번한 수준이라는 것을 이제는 고백해야 할 시점"이라며 "세 기관의 첫 공동 기획전이라는 점과 다함께 지역사를 연구하자는 제의를 지역사회에 던졌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 기관은 "이번 전시는 인천의 근현대 자료 수집의 중요성과 앞으로 이 자료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공유해야 할지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어 가기를 바란다"고 밝혔고, 화도진도서관은 여기에 "앞으로도 꾸준히 자료 수집과 발굴을 통해 지역연구의 기초자료 제공을 통해 지역의 지적 문화 유산의 보고로서 전통을 이어나가고 공공도서관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과거는 현재와 미래의 창(窓)
지난 8월, 유동현 전 굿모닝인천 편집장은 인천일보 '골목만보' 코너에 "개관 30주년을 맞은 화도진도서관의 자료 수집 성과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 중 눈길을 끈 것은 1940년대 인천에서 거주한 일본인들이 최근에 기억만을 토대로 만든 '약도'다. 그들은 이 긴담모퉁이길을 정확히 그려냈다. 그들은 또렷이 '기억'하고 우리는 희미하게 '추억'하고 있다"라는 의미 깊은 글을 썼다.

전시회를 묶은 이 책은 '1900년대 초 인천항 파노라마'로 첫 장을 연다.

1901년 6월 신축한 제물포구락부 건물이 보이고 1905년 준공된 제임스 존스턴 별장의 모습은 없다. 현존하는 인천항 파노라마 사진 중 가장 오래된 이 사진은 고요한 인천 앞바다에서 근대가 발을 디뎠다.
책의 큰 줄기는 '인천에 제물포, 이름난 곳'을 제목으로 ▲인천의 관문 ▲거리 풍경 ▲그들의 쉼터, 공원

▲유원지로 꾸며졌다.
'전근대적 생활방식에 익숙해 있던 조선 사람들에게 근대문물이 유입된 인천은 깨끗하고 정돈된 이국적인 도시로 비춰졌다'며 인천의 관문에서 월미도에서 바라본 인천항(1907년), 인천항 축항 공사(1910년대 추정), 인천항 선거 부두(1933년), 경인철도 제1차 기공식(1897년) 등이 있다. 거리의 풍경에서는 옛 항정(港井)과 해안정(海岸町) 일대인 인천우편국 앞 거리(1930년 대)를 시작으로 인천세관(1920년 대), 인천마두취인소(일제강점기), 본정 은행 거리(일제강점기), 홍예문(1907년)을 보여준다.

그들의 쉼터, 공원은 "각국공동조계가 자리 잡은 응봉산에는 각국공원이 조성됐고, 점차 세력을 확장해 가던 일본인들은 자신들만의 쉼터로 일본공원을 만들었다"라는 설명과 함께 각국공원의 제임스 존스턴 별장(일제강점기), 인천관측소(일제강점기), 웃터골(1907년), 일본공원(대한제국기), 일본 정토종 인천교회(1907년) 등이 수록됐다. 마지막 유원지에는 수탈을 포장한 낭만과 여유가 담긴 월미도 유원지 전경(일제강점기), 조탕 본관 대풀장(일제강점기), 송도유원지(일제강점기), 능허대와 아암도(일제강점기) 등이 소개됐다.

두 번째인 '향토자료수집의 보고, 화도진도서관 30년'은 인천이사청(1907년), 러시아영사관(1907년), 인천기념유치원(1907년), 응봉산에서 바라본 탁도 일대와 분도(1907년) 등을 비롯해 영종도 해안과 어부(1907년)를 만날 수 있다.

소안 최성연 선생이 직접 답사해서 그린 스케치와 실측, 그와 관련된 건축물 대장 등은 자료 가치가 높다. 1959년 촬영된 월미도에서 바라본 인천시 전경, 화도진(복원도), 불랑기(佛狼機)와 당시 10세 소년, 인천감리서 구내 배치도 등이 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