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캐니언 국립공원의 탐방을 마치고 서둘러 라스베가스로 이어지는 15번 고속도로를 타고 두시간 반가량을 이동하여 '밸리 오브 파이어' 주립공원에 도착하였다. 밸리 오브 파이어! 그렇다. 이름 그대로 '불의 계곡'을 찾은 것이다.
'불의 계곡'이라 명명된 것은 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암이 붉은색을 띠고 있는데 햇빛을 받으면 마치 암석이 불에 타는 듯한 형국이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마치 화성과 같은 신비하고도 특이한 풍광을 연출하여 이곳에서 공상과학영화 '스타워즈', '스타트랙', '트랜스포머' 등이 촬영되었다고 한다. 밸리 오브 파이어 주립공원은 네바다주에서 최초로 지정된 주립공원으로 라스베가스에서 약 80㎞ 떨어져 있어 일일탐방이 가능하다.
오늘 숙소예정지인 라스베가스까지의 이동을 고려하여, 공원 서쪽 출입구 부근의 엘리펀트록과 비지터센터 부근의 세븐시스터즈 그리고 북쪽 레이보우 비스타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며 살펴보기로 하였다. 오후 6시가 넘어 도착했기 때문인지 입구에는 공원관리인은 보이지 않았고, 입장료 10달러 또한 스스로 요금을 내도록 요금봉투가 달린 수납통이 비치되어 있었다. 함께 도착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빠짐없이 수납하고 입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쪽 출입구를 통과하자마자 작은 고개를 넘게 되는데, 바로 도로 오른쪽 암반 언덕에는 코끼리모양을 닮은 거대한 암석인 엘리펀트록이 자리를 잡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공원을 상징하는 엘리펀트록은 처음에 하나의 거대한 암석덩어리였다. 암석에 발달한 절리선을 따라 차별침식이 진행되어 암반의 일부가 떨어져나가 교묘하게 코끼리모양을 띠게 된 것이다.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비지터센터에 이르기 앞서 왼편으로 7개의 암반이 나란히 줄지어 서 있어 세븐시스터즈로 명명된 암석군이 나타난다. 이 또한 초기에는 거대한 하나의 암반덩어리였으나 점차 침식을 받아 침식에 견딘 단단한 부분만이 남게 된 것이다. 곧바로 비지터센터로 들어서면 센터 바로 옆으로 암반에 커다란 구멍이 숭숭 뚫린 특이한 형상이 눈에 들어온다. 이는 초기 암반에 생긴 작은 오목한 모양의 구멍을 중심으로 비와 눈이 들어가 서서히 암반을 깊숙이 파고들며 침식과 풍화가 진행되어 구멍이 만들어진 풍화혈로, 지형학 용어로 타포니라고 부른다.
곧바로 다양한 색깔의 지층이 어우러져 특이한 풍광이 장관을 이루는 레인보우 비스타로 이동하였다. 해가 점차 서쪽으로 넘어가면서 서서히 계곡에 어둠이 드리우고 있었다. 핵심지역인 레인보우 비스타까지 트레일이 불가하여 주차장 부근에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레인보우 비스타! 말뜻 그대로 무지개 빛깔이 새겨진 암반의 풍경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었다. 흰색과 붉은색이 교차하고 그리고 두 색이 함께 뒤섞인 다양한 색깔의 지층이 물결을 이루는 암반들이 곳곳에 넘쳐나 그 형상을 두고 무지개란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다양한 색깔로 채색된 암반들은 어떻게해서 만들어진 걸까?
레인보우 비스타 부근의 암석들은 이전 살펴보았던 지층과는 달리 중생대 백악기 바다가 아닌 육지 상태에서 풍화된 붉은 모래들이 바람에 날려 쌓인 사구(모래언덕)가 오랜 세월에 걸쳐 퇴적되어 암석화된 사암으로 육성퇴적층에 속한다. 대부분의 암석이 붉은색을 띠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암석에 포함된 철분이 용해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암석에 발달한 단층과 절리면을 따라 붉은색의 철분이 지하로 스며들면서 첫 번째로 산화 정도의 차이(그라데이션)가 발생, 다시 말하여 산화농도의 차이 그리고 두 번째로 암석 내부에 포함된 2차 광물들이 함께 뒤섞여 황갈색, 적갈색, 흑갈색 등의 다양한 색을 띤 암반이 형성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암석이 무지개빛깔을 띠게 된 것은 암석에 포함된 철분을 포함한 다양한 광물질들이 산화작용을 일으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글·사진 이우평 지리교사 (인천 부광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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