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철 문화체육부장


다시 한해가 저무는 연말이다. 무술년(戊戌年) 한해를 보내며 인천의 문화예술계를 돌아보니 올 한해도 어김없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한해였다.

올해는 '애관극장 매각 위기'라는 우울한 소식이 연초부터 전해졌다. 한국 최초의 극장으로 인천시민의 사랑을 받아온 애관극장이 경영난을 이유로 매각설에 휩싸이자 시민들이 문화시설로 존속할 수 있도록 인천시에 요구하고 '애관극장 살리기 모임'도 결성했다. 애관극장 매각설은 수면 밑으로 가라 앉았지만 근대인천의 역사유산이자 인천서민들과 애환을 함께 했던 문화유산을 보전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웠다.
인천의 기초자치단체로는 두 번째로 인천서구문화재단이 출범했다. 서구문화재단은 '문화로 사람이 아름다운 서구' 조성을 주제로 서구예술인 활동지원, 서구문화회관 운영, 예술교육, 생활문화 활성화 지원 및 발전 전략 수립 등의 역할로 서구 주민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인천 개항이후 새로운 문물과 함께 들어온 서양인들에 대한 삶의 궤적을 추적, 구체적인 생애사를 밝힌 의미있는 보고서도 처음 나왔다. 인천시립박물관은 1883년 개항 직후부터 근대 문물과 함께 인천에 들어와 활동하거나 정착했다가 사망한 외국인들의 안식처인 인천외국인묘지에 대한 조사보고서인 <인천 외국인 묘지>를 발간했다.

'해외 입양아의 아버지'로 불리는 서재송 전 '성 원선시오의 집' 원장이 30여년 입양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를 한국이민사박물관에 기탁했다. 서 원장의 해외 입양 자료는 111건 362점으로 이민사박물관에서는 서 원장의 기탁 자료들을 목록화하고 조사를 거쳐, 지난 8월부터 상설 전시 코너를 마련해 공개하고 있다.
전세계의 이주민과 도시 난민들을 다루는 '디아스포라 영화제'가 여섯 번째를 맞았다. 문화 다양성 확산, 타자에 대한 존중을 지향하는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총 71편의 상영작과 다채로운 부대 행사로 품격과 재미를 고루 갖춘 수준 높고 내실 있는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의미 있는 공연도 이어졌다.

한국 클라운 마임의 선구자 최규호 마임이스트가 데뷔 40주년을 맞아 소리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몸짓'으로 대신 표현하는 마임의 변천사를 들여다보는 '광대 최규호 40주년 마임이야기' 공연을 '작은극장 돌체'에서 가졌다.
한국 요들송의 대부 김홍철씨는 우리나라에 요들을 본격 전파한지 50주년을 맞아 '김홍철 요들송 50주년 빅 콘서트'를 열었다. 1968년 스위스에서 배운 요들을 국내에 도입한 뒤, 요들의 대중화에 앞장서 온 그가 '무의도 춤 축제'에서 알프호른 연주와 함께 100여명의 제자들과 요들송 무대를 꾸몄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국민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한 최영섭 선생의 구순(九旬)을 기념해 '그의 예술을 나의 고향, 나의 조국에 바친다'는 의미의 '오마주 투 코리아' 공연이 엘림아트센터에서 있었다. 한반도에 감도는 평화분위기에 금강산 관광 재개를 기대하고 인천 강화 출신의 최영섭 선생의 대표작들을 무대에 올린 뜻깊은 자리였다.

'아트센터 인천'도 긴 기다림 끝에 지난달 16일 개관 공연을 갖고 본연의 모습을 찾았다. 인천시립교향악단이 첫 무대를 꾸민 뒤, 둘째날에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110년 전통의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의 초청 공연은 청중들을 환상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인천 민예총 정세훈 이사장이 연임됐고, 인천 예총 제12대 회장에는 이종관씨가 대의원 투표로 당선되어 신임 회장에 취임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이재언 신임관장을 맞았고, 인천시립교향악단은 제8대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에 이병욱씨를 선임했다.

그런가하면 최진용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지난 10월 말 돌연 사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첫 번째 대표가 됐다. 인천문화재단은 새로 꾸려진 8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내년 1월4일까지 제6대 대표이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숨 가쁘게 달려온 한해를 뒤로 하고 새롭게 맞을 2019년 기해년(己亥年)에 인천의 문화예술계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궁금해지는 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