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명예교수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정부의 '출산 장려금' 대책을 둘러싸고 '돈이면 다 될까요', '현금, 길 잃은 출산대책' 등 논란이 많다. 핵심은 저출산 문제를 보는 시각이 어떠하냐에 따라 진단도 대응책도 달라야 하는데 이 점을 간과해 왔다는 게 문제다.
저출산 문제는 결혼 및 자녀 출산 등 개인적 가치관과 의식, 성격 등과 관련해 접근할 때는 분명히 개인적 문제다. 취업과 실업(失業), 주택 마련과 빈곤 등이 관련돼 생긴 문제라면 사회구조적 병리 문제이다. 또 가족체제나 가정환경의 변화 등 가정형성의 약화로 인한 문제라면 가정해체적 사회병리 문제이다. 또한 양육과 교육(사교육비) 및 여성의 삶의 질 면에서의 경제적 부담과 관련한 문제라면 교육병리와 사회 복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가족계획정책의 후유증이고 가정 민주화의 역기능에 따른 가정 응집성의 문제요 가정건강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출산율 저하로 인구 감소국, '국가 소멸론'까지 거론됐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는 점에서 국가 사회적 합병증이다. 따라서 그간 저출산 문제의 해결과 관련하여 왜 이렇게 악화되었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검토하는 게 우선적 과제다.

첫째, 저출산 문제가 인구의 감소 및 국가경제 성장과 미래 동력의 상실로 이어지고,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의 빠른 진입, 마이너스 성장과 사회안전망의 위기로 연계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80년대부터 대통령의 취임사에 그 중요성이 언급되었어야 했다.

그간의 '아들 선호', '결혼은 필수인가 선택인가', '이혼 및 효도의 문제' 등 가정건강성에 대한 많은 조사·연구 결과(통계청,1996~: 김흥규, 2010, 2011, 2016: LG경제연구원, 2011: 여성가족부, 2012)를 통해서도 입증된 바 있다. 그런데도 80년대 이후 어떤 대통령의 취임사에도 인구 정책이나 저출산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둘째, 60~70년대의 가족 계획 정책의 미숙과 80년대부터의 인적자원 정책의 미흡 및 실기(失機)가 문제다. 한국인들의 의식 속에는 '자기 먹을 복은 타고 태어난다'거나 최소한 '3· 3· 35'(세 명의 자녀를 3살 터울로 35세에 단산하자)라는 자녀관이나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 초부터 인구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자 가족계획과 산아 제한을 동일시하면서 가족계획의 초점을 '자녀 수와 출산 억제'에 두었다. 그리고 또 실수를 범한다. 그것은 원래 가치관과 의식, 자존감과 문화를 건드리는 표어일수록 품위가 있고 설득력이 핵심인데 가족계획의 슬로건부터 문제였다.

'비 쏟아지기 전에 우산을 펴세요'(자유중국), '둘째를 낳으시려고요? 딸이나 아들이나 마찬가지라고요'(인도네시아), '한 아이만 있는 가정이 더욱 행복하다'(베트남) 등의 주변국 슬로건에 비해 우리나라는 어떤 것이었나? '덮어놓고 낳는다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1963~), '무서운 핵 폭발, 더 무서운 인구 폭발'(1983~)이었고, 주부클럽연합회는 '임신 안 하는 해' 라는 표어를 내세웠다. 가족계획협회는 '사람이 콩나물은 아닙니다' '셋 부터는 부끄럽습니다'라며 가족계획 정책을 추진했다. 마치 둘 이상 출산하면 반국가적 행위요 무식의 소치이고 원시인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출산하여 자랑스럽게 키운 그 자녀들이 지금 결혼을 하지않는 저출산 문제의 당사자들이다. 국가 책임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셋째, 젊은이들이 왜 결혼 등 성인의 발달과제를 외면할 수 밖에 없는 '포기의 세대'가 되었고 '저출산문제'의 주역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 배경을 제대로 읽는 게 먼저다. 이들 세대는 월드컵(2002) 때 축제의 장을 통해 자랑스런 조국에 대한 애국심과 자긍심, 열정과 사회변화의 주역으로서 자신감이 넘쳤던 세대이다. 그런데 결혼을 생각할 나이가 되니 문제가 심각했다.

출생후 대학 졸업까지의 총 양육비(2009년 2억 6204만원, 2013년 3억 896만원으로 증가 집계되었다(2013. 4. 10). 결혼 비용(2007~2009년, 남성 7299만 8000원, 여성 3263만 2000원) 역시 2010~2012년엔 (남성 7545만 6000원, 여성 5226만 6000원)으로 각각 3%, 60%씩 증가하였다. 얼마나 큰 부담인가. 게다가 취업전선도 시계 제로상태이다. 누구의 책임인가.
정치· 이념논리로 엉뚱한 곳을 주목하기보다는 청년세대에게 눈을 돌리자. 특히 '둘째를 낳으면서 전업주부가 된 엄마들은 100% 우울증에 걸린다'(신의진, 2006)는 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그리고 임신과 출산 양육까지의 3년간은 여성에게 있어 '지옥생활'에 해당된다는 그 여성들의 소중함을 재음미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