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나라, 다양한 군상들 … "난 어땠을까"
▲ 지난해 인천 대표공연에 선정된 극단 아토의 뮤지컬 '조병창'이 지난 22일 송도 트라이보울에 올려졌다. 사진은 뮤지컬 '조병창' 공연 모습. /사진제공=극단 아토

 

▲ 지난해 인천 대표공연에 선정된 극단 아토의 뮤지컬 '조병창'이 지난 22일 송도 트라이보울에 올려졌다. 사진은 뮤지컬 '조병창' 공연 모습. /사진제공=극단 아토

 

제국주의 야욕 응집된 육군조병창에 징용 당한 민초 이야기로
계급 마다 다른 독립의 이상보며 스스로 대한 깊은 성찰하게 돼

2019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맞아 무대 더욱 뜻깊어








마음이 편치 않다. 겨우 지긋이 감고 있던 근현대사를 머릿속에서 끄집어낸다는 것은 잊고 싶은 트라우마와 마주하는 기분이다.

그렇다. 한국사 중 손이 잡히지 않는 부문은 외세의 힘이 빌린 신라·당나라의 남북국시대와 격동의 근현대사이다.

그런데, 인천에서는 근현대사와 시나브로 가깝다. 중구청 앞 자랑스레 세금으로 각색된 옛 일본 조계지와 손흔드는 고양이, 일제강점기 인천의 중심이던 본정통. 당시 민중의 울림은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인천의 근현대는 아프지 않게 느껴진다.

지난 22일 극단 아토의 뮤지컬 '조병창'이 송도 트라이보울에서 올려졌다.

지난해 인천의 대표공연에 선정된 작품으로 짧게나마 소개됐고, 당시 시민들의 설문을 바탕으로 내용이 덧입혀졌다.

어쩌면 이날 뮤지컬 조병창의 첫 무대인 셈이다. 그런데 예산과 장소 등의 여러 문제로 여전히 100% 잉태되지는 못한 상태란다.

이 뮤지컬은 부평구 일본 육군조병창을 배경으로 한다. 조병창은 무기와 탄약을 만드는 곳, 수탈과 제국주의 야욕이 응집된 곳이다. 부평에 조병창이 세워진 것은 운명이었다.

인천의 개항, 인천항과 경인선, 가까운 경성. 이 모든게 부평의 군수기지화를 부추겼고, 일본이 빠져나간 자리에 미군이 들어왔다. 미군은 사라졌지만 아직 이 곳은 '해방'되지 못했다.

뮤지컬 조병창의 주인공인 만주 독립군의 조병호는 정직하다. 소작농의 자식으로 태어난 만큼 "나라를 잃은 지금이 더 나아요"라고 여긴다.

그를 비웃는 동료들, 조병호가 사랑하는 여인 이수연의 결혼식에 조병호에게 한 통의 편지가 온다.

독립군 대장 이경철이 보낸 편지, 조병호를 인천 조병창으로 보내달라는 것이다.

이경철은 이수연의 오빠, 조병창으로 떠난 조병호와 이경철 부재로 혼란을 겪는 조병창의 소시민 독립군. 이들을 이끌게 되는 조병호의 운명.

조병창에서의 분투기를 큰 줄기로 하지만 계급에 따른 독립 성향, 물질 앞의 군상 등 여러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난 어땠을까"라는 속깊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조병우 역의 조태일은 물론 배역들 모두 노래와 율동, 연기 어느 것도 빠지지 않았다. 아쉬운 건 좁은 무대가 더 좁게 느껴진다는 것.

반대로 무대에 선 배우들은 더욱 커보였다.

2019년은 뜻깊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해이다. 인천은 더 광휘롭다.

백범은 인천에서 독립 의지를 키웠고, 만오는 만국공원에서 독립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극단 아토 대표 이화정의 소감은 이렇다.

"인천은 주로 개항장의 역사를 말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개항 시대 새로운 문물, 최초의 서양식 무엇 이면의 인천에서 살았던 그냥 평범한 민초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어 "일제 시대 부평 조병창에 징용당해 노동자로 각자의 삶을 살아냈던 민초들의 이야기, 영웅이 되지는 못했지만 각자의 삶 속에서 독립을 위해 미약하나마 꿈틀 거렸던 우리 민초들을 담았습니다."

인천은 무얼하고 있나. 극단 대표의 말에 울림이 깊고, 뼈가 있고, 가시가 솟았다.

그래서 뮤지컬 조병창은 인천 시민이면 누구나 봐야 하고, 개항장이란 허울 속에 강제로 바다를 뜯김 당한 전국의 항구도시면 눈여겨 봐야 한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