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초· 중· 고 각급 학교 10곳 중 6곳 이상이 화재에 대비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다고 한다. 뜻밖이다. 백화점이나 영화관 등 많은 사람이 모여 이용하는 시설에는 화재예방 및 소화시설 설치가 의무화 돼 있다. 학부모들 대부분은 막연하게나마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 가장 기초적인 소화시설인 스프링클러 정도는 설치돼 있으리라 믿고 있었을 것이다. 예상밖이다. 경기도교육청이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스프링클러가 없는 학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나가겠다고 한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현재 경기지역 각급 학교 가운데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전체 38%에 불과하다. 지난 2005년 이후 개교한 학교 중 4층 이상에 전체 면적 1000㎡이상인 학교 건물의 4~5층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 또 2005년 이후 증축된 학교 건물에 부분적으로 설치된 것이 전부다. 그나마 2005년 이후 개교한 학교라 하더라도 3층 이하에는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규정이 없어 스프링클러가 없는 곳이 상당수다. 개교한지 15년 이상된 낡고 오랜된 학교와 학교 건물 1, 2 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없다고 보면 된다.

도교육청은 앞으로 학교 스프링클러 설치율을 매년 3%포인트씩 높여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선 내년에 예산 114억 원을 들여 특수학교 7곳과 초·중학교 23곳 등 총 30개 학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2020년에는 특수학교 26곳과 초·중학교 214곳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학교 1곳당 스프링클러 설치비용은 3~5억원이 든다고 한다. 도교육청의 계획대로라면 경기지역 내 모든 학교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기까지는 '20년'이 넘게 걸린다. 수많은 인명피해가 난 대형 화재 참사 대부분은 화재 초기 진화에 절대 필요한 스프링클러가 없거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학교 스프링클러는 화재시 학생들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소화시설이다.

내년도 도교육청의 예산은 15조4177억원에 이른다. 도교육청은 학생들의 보건과 교육환경 개선 등에 골고루 안배해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일에는 우선 순위가 있다. 학생들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무엇이 있는지는 잘 따져보고 살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