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보건복지협회 인천지회 자문위원·아이미즈 산부인과 원장 최세경

 

 

어느 새 추운 겨울이다. 날이 추워지면 필자는 산모들의 건강 걱정부터 시작한다. 감기에 걸리지 않게 주의하고, 독감접종과 백일해 접종을 꼭 맞길 당부한다. 건강한 일반인들에게는 계절의 변화가 반갑고 즐거운 일이겠지만, 임신으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된 산모들에게는 온갖 세균과 바이러스가 공격하기 쉬운 위험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렇듯 쉽고 당연한 일들이 임산부가 없는 일반 가정에서는 알기 어려운 것이 많다. 임산부를 만나면 도와주고 싶은 생각을 한다. 임신을 하면 어떤 변화로 인해 몸이 힘들어지고, 배려가 필요한지 알려주자.

처음 임신을 떠올렸을 때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나? 대부분 입덧을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 입덧은 임신 초기 여러 가지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으로 메스껍고 음식을 잘 먹지 못해 체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식사를 못하고 24시간 동안 메스껍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이 시기에 같이 동반되는 증상으로는 하복부의 통증과 두통, 어지러움, 감정의 큰 변화 등이 보인다. 잠깐 몇 분 정도 통증이 아닌 장시간 동안 지속되는 하복부 통증과 함께 오심이 나타나므로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에서 잠시 서 있는 것도 큰 체력을 요하는 일이다. 하지만 바쁜 출퇴근 시간에 초기 임산부들은 겉으로 보기에 임신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배려를 받기에도 더 힘든 상태이다.

초기 임신 14주쯤에는 여러 힘든 상태가 조금은 소강상태에 접어들게 된다. 그렇다면 임신 중반기에는 좀 더 편한 상태가 되나? 임신 20주경에는 자궁의 크기가 드디어 배꼽위치만큼 커진다. 아기는 얼굴과 손가락 발가락이 보일 정도로 많이 성장한 시기이다. 나름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엄마는 태동을 느낄 수 있게 되면서 큰 기쁨을 느끼는 시기이지만, 이제 서서히 아기 무게가 커지면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골반 관절들의 통증이 나타난다. 고관절과 치골의 통증과 함께 무릎과 발목의 통증도 일어난다.

아기가 정상적으로 잘 크면 산모 몸의 무게중심은 서서히 앞으로 기울어 허리의 통증도 나타난다. 오래 서 있는 경우 다리도 많이 붓는다. 가벼운 운동이 건강 유지에 많은 도움을 주지만, 조기 진통의 위험이 있는 산모나 태반의 위치가 좋지 않은 분은 오히려 운동이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위험한 산모들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모든 산모가 중반기에 무리한 활동을 하게 될 경우 진통이 시작되어 태아가 이른 상태에 출산되는 조기진통이 나타날 수 있다. 임신 중기가 가장 안정된 시기라고는 해도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니다. 마지막 임신 삼분기에 들어서면 이제 본격적으로 몸이 무거워지게 된다. 아기가 커짐에 따라 자궁이 명치까지 커지면 자궁의 압박이 갈비뼈까지 전해져 갈비뼈에도 통증이 나타난다. 게다가 모든 위장을 자궁이 밀어 올려 소화불량과 함께 위산이 역류되어 역류성 식도염 증상도 보인다. 임신 초기의 입덧과 비슷할 정도로 위장장애가 심해지기도 한다. 배는 이제 앞 계단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불러오니 똑바로 눕지도 못해 수면장애까지 겪는다.

이렇듯 많은 증상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한 아이의 엄마가 될 수 있다. 필자가 적은 긴 내용을 읽다보니 느낌이 어떠한가. 마냥 졸리고 어려운 얘기인가? 아니면 그래도 조금은 임산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내용이었나? 요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임산부를 배려하자는 내용은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진료실에서 산모들에게 어느 것이 가장 좋았었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버스나 지하철에서 양보를 받았을 때라고 답한다. 거창하게 국가적으로 하는 사업도 중요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주변에 있는 산모들이 모두 내 가족 중 한 명일 수 있다는 마음으로 다가서 주었으면 한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엄마와 아버지이고, 또 누군가의 자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