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언론인

 

이 시대에 사생활이란 게 보장 또는 보호될 수 있는 걸까. 단언컨대 글렀다. '사회적 존재'를 거부하지 않는 한 그렇다.
안전과 효율성 제고라는 '거룩한' 과업을 위해 촘촘하게 쳐진 그물망에 편입되는 순간 개개인의 사적 영역 절반 이상 날아간다. '휴식과 놀이'거나 '소통과 교감'이란 명목의 디지털 광장은 무료지만, 내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사이버광장의 장사꾼들은 내가 노니는 일련의 행위 패턴을 축적해 부를 쌓아 올린다. 시스템이 이리 짜여 있는 한 벗어나기 어렵다. 다들 그렇다.
온라인 공간만 그런 건 아니다. 도시라는 물리적 공간에서도 발가벗겨졌다. 개인의 사적 움직임은 CCTV와 휴대전화, 하이패스 카드, 신용카드 등을 통해 누군가에게 적나라하게 포착된다. 특히 CCTV는 웬만한 수도권 도시라면 1천대 이상 깔려 있다. 기능도 날로 진화해 숨을 곳은 없다. '최첨단 지능형'이란 CCTV는 이동하는 방향을 따라가며 낱낱이 저장장치에 담는다. 해상력도 뛰어나 무슨 색 옷을 입었는지 식별할 수 있다. 통합관제센터에 들어찬 모니터는 관리·감시자의 눈이다. 맘만 먹으면 누가 무슨 짓을 하는지 단박 알 수 있다.

웬만한 도시에서 1km 이동할 경우 60여 개의 CCTV 카메라에 찍힌다는 설도 나돈다. 그 누구든 도시를 떠도는 한, 어디서 뭘 하든 궤적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른바 도시안전이란 애매한 가치와 개개인의 사생활을 교환한 셈이다.
그렇다면 CCTV 카메라가 늘어난 만큼 도시는 안전해졌을까? 범죄 발생률은 과연 카메라 증가와 반비례하는 것일까? 나아가 도시 안전이란 가치는 나의 사생활 포기와 맞바꿀 만큼 가치 있는 것이며, 구체적으로 체감될 수 있는 것일까? 그 어느 것도 또렷이 밝힐 수 없으며, 굳이 묻거나 따져본 바도 없을 거다. 그저 사후약방문 식으로 범죄자를 잡아내는 효율성(?)이라는 애매한 가치 앞에 쉽게 침해되고 훼손당할 정도로 우리의 사생활과 인권이 대수롭지 않은 것인지, 귀갓길 전봇대 위 CCTV를 바라볼 때마다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