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디자인학부 교수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퀸의 보컬이었던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주 800만 관객을 돌파하여 역대 외국영화 흥행 8위에 올랐고 한국에서의 매출은 퀸의 본고장인 영국을 추월하여 북미를 제외한 세계 1위를 기록하였으며 아직도 그 열기가 식지 않아 조심스럽게 천만 관객도 예상해 본다고 하니 블록버스터급 영화도 아닌 총 제작비 1억 달러 미만의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된 음악영화로는 대단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반적인 영화의 경우 보통 개봉 첫 주에 가장 많은 관객이 관람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관객 수가 줄어드는 반면 보헤미안 랩소디의 경우에는 반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이 늘어나서 개봉 1주차 보다 6주차에 더 많은 수의 관객이 관람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영화를 한 번 보고나서 다시 관람하는 관객 수가 다른 영화에 비해 현저하게 많다고 한다.

이렇게 한국에서 유독 재관람 관객 수가 많은 이유로는 퀸의 음악성이나 지금은 고인이 된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향수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싱어롱(Sing-along) 상영이라는 관람 형태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는데, 싱어롱은 영화 도중에 노래가 나오는 파트에서 노래방처럼 가사를 자막으로 보여주면서 따라 부를 수 있게 하여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체험형의 영화 상영 방식이다.

싱어롱 관람을 통해 극장에서 관객들은 모두 퀸의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마치 80년대의 콘서트장에 실제로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기존의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되고 이는 퀸을 몰랐던 젊은 세대가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몇 번이고 영화관을 다시 찾게 만드는 주요한 이유가 된다. '떼창' 문화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영화를 보면서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은 다른 영화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특별함이 되는 것이다. 열성 팬들이 몰리는 일부 지역의 싱어롱 상영관은 아직도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매진이 되어 표를 구하기 힘들다고 하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런 싱어롱 상영은 한국에서는 2008년 개봉했던 '맘마미아!'가 최초로 알려져 있으며 2014년에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비영어권 국가에서는 최초로 싱어롱 버전을 상영하였는데 두 영화 모두 당시에 아주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둔 바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 역시 떼창을 하며 함께 즐긴다는 체험의 측면이 강조되면서 좋은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싱어롱 상영 방식은 영화와 콘서트, 뮤지컬을 결합시킨 형태의 복합적인 체험형 문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데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영화와 놀이기구를 결합시킨 4DX관이 좋은 예이다. 최근에는 여러 다양한 문화산업에서 응용이 되고 있는데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가상현실 테마파크에서는 영화와 놀이공원의 어트랙션, 게임을 결합시킨 형태의 복합적인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관람객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하고 있으며 공연의 경우 하나의 주제에 문학과 소셜 네트워크, 게임 등의 요소를 결합하여 복합적인 경험들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체험형의 문화콘텐츠는 일반적인 문화콘텐츠보다 관람객들의 만족감이 높으며 갈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재관람률도 높다는 장점이 있다. 자동차와 같은 제품의 쇼룸들도 이제는 단순히 보기만 하는 전시형태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을 통해 스토리텔링의 요소를 첨가하여 고객들이 제품을 직접 조작하고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의 전시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세계적인 미래 학자 롤프 얀센은 정보화 사회 다음으로 꿈의 사회가 도래하며 이 사회에서는 상품을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들어있는 꿈을 거래하게 된다고 하였다.
꿈은 이야기이고 문화이며, 이 문화를 파는 것이 미래의 핵심 가치라고 하여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미래의 경쟁력은 문화산업에 달려 있고 문화강국이야말로 진정한 선진국이다.
싸이와 방탄소년단같이 세계적인 스타를 배출해내고 전세계에 한류를 유행시키고 있는 한국의 문화산업은 이제 다른 나라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문화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선 이 때 체험형 문화콘텐츠의 개발과 같이 문화와 관련된 새로운 융합형의 미래 산업을 발굴하고 계속 발전시키는 것은 미래 사회에서 국가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