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철 한국지역복지봉사회 이사장

최근 경기도에서 사회복지시설 민간위탁 선정 과정에 대한 공정성 시비 논란이 있었다. 이러한 논란은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을 비롯한 각 영역의 사회복지시설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정치적인 입장에서 보면 시·군 단체장은 최일선에서 어르신과 장애인 등 복지대상자들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사회복지시설이 지역주민들을 위한 양질의 복지서비스 제공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기보다는 혹여 정치적 수단과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복지시설을 민간에 위탁하는 중요한 이유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해결과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다. 시·군 직영 방식보다는 민간 위탁방식이 더 효율적이며, 특히 사회복지 전문성을 통해 지역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측면이 강하다.
민간위탁 선정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공정성에 대한 시비이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위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는 있지만, 그 내용에서 선정절차·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대동소이하다.

그 결과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위탁선정이 차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 과정상 투명성·공정성·객관성 등에 의문을 받을 소지가 있다. 더구나 시·군 단체장 등 정치인 영향력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고, 수탁자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회 구성 등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투명성이 보장되고, 합리적으로 민간위탁 법인을 선정한다는 발전적 측면도 있지만, 아울러 부정적 시각이 남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최근 한국사회복지관협회의 사회복지관 재위탁 과정의 공정성 시비에 대한 협회 입장문을 보면 '사회복지관의 재위탁 심의 과정에서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이는 유감스런 일이 발생하는 등 사회복지관의 재위탁 심의 과정의 공정성 시비에 대한 사회복지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또한 사회복지관의 재위탁 탈락의 배경에 어떤 정치적 음모가 개입됐는지' 등을 언급하였다. "

이러한 협회 주장에 일면 공감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향후 위탁선정에서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협회 입장문을 보면서 사회복지관 위탁선정에서 스스로 공정하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은 찾아 볼 수 없다.
현재 민간위탁 선정에서 문제 중심에 서 있는 복지관이 8년 전 경기도 내에서 모 법인의 사회복지관 재위탁 탈락으로 인해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당시 탈락된 운영 법인 규모와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도에 비춰 볼 때 탈락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탈락되었고, 위탁 선정과정에 정치적으로 개입하였다는 것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협회는 과거의 잘못을 더 이상 문제로 삼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공평하지 못한 데 대한 부끄러움인지를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의 위탁과정 투명성에 대해선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분명한 점은 복지관은 특정 종교·법인,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복지관은 지역주민을 위해 존재하며,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이 나눔을 실천하는 공간임을 기본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현재 위탁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기득권을 주장하거나 나만이 할 수 있다는 독선적 이기심과 편협함을 이제는 버려야 할 때이다.
사회복지관협회 등 협회는 회원시설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적에 충실해야 함에는 공감하지만, 기본적으로 협회가 정치집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회원 시설인 복지관이 존재하는 이유는 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지역주민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협회가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회복지시설 위탁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것은 결국 지역사회를 섬기는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주어 지역주민들에게 피해를 준다.
앞으로 사회복지시설 민간위탁에 전문성 등 합리적 과정이 전제되어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수탁자선정위원회 구성과 선정방법에서 특정 종교와 이익단체 등으로부터 독립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위탁 과정과 절차가 진행될 수 있는 운영지침 등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