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된 룸에서 모든 전 직접 부쳐줘

 

"손님들 보는 앞에서 '육전'을 비롯한 각종 전을 직접 부쳐주는 집은 아마 인천에서는 우리가 유일할거에요."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 있는 육전 전문점 '한옥'은 대부분 주방에서 부쳐내는 다른 집과 달리 즉석에서 밀가루와 계란을 바로 입혀서 전을 부치기 때문에 고소한 기름냄새와 함께 지글지글하는 소리가 따뜻하고 촉촉한 전맛을 더해준다.

"수제 돼지갈비로 유명한 '최고집' 최기남 사장님이 10년전부터 공들여 준비해서 3년 전에 오픈했어요. 육전이 원래 전라도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요. 최 사장님이 광주의 지인으로부터 육전을 소개받고 맛보더니 저에게 '우리도 언젠가는 제대로된 육전집을 한번 해보자'라고 하시더라고요. 틈만나면 광주에 다녀오기를 수십번 했을걸요."

'한옥'의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성지 점장은 최 사장과는 10여년전 자신이 어린이 카페를 운영할 때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뒤 인연을 이어 오다 지난 2015년 12월 '한옥' 오픈을 함께 준비하면서 인테리어부터 메뉴 구성까지 도맡아하고 지금은 손님 상에서 전을 부치기도 한다.

"김치를 비롯한 반찬이나 모든 음식 준비는 주방에 계시는 이모님이 직접 담그고 절이고 하세요. 들기름은 집에서 짜오고 치매에 좋다는 초석잠 장아찌라든가 6~7년된 묵은지나 제철에만 먹을 수 있는 각종 재료는 이모님이 마련하고 가게에는 일요일에도 나오셔서 둘러보고 뒤집고 하며 정성을 다하세요. 그렇다고 많이 만들지는 않아요. 예약 등을 확인해서 당일에 쓸 만큼만 준비하죠. 이모님이 원래 라면을 못드실 정도로 조미료를 싫어해서 조미료는 거의 안쓰기 때문에 음식 맛이 깔끔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요."

최근 각종 재료비는 물론 인건비까지 올라 음식값을 올리는 집이 많지만 '한옥'은 3년적 가격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최 사장님께 음식가격을 올리자고 몇차례 말씀드렸지만 좀 더 보자고 하시네요. 그러고보니 처음에는 육전 전문점이라니까 여섯가지 전이 나오는걸로 착각하는 분도 있었어요."

'한옥'은 1, 2층 모두 크고 작은 10개의 방으로 되어 있어서 독립된 공간에서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다. 4인석이 기본이지만 8~10명이 앉을 수 있는 VIP룸은 상견례나 가족모임에 좋다. 회식 등 단체 손님을 위해 30명까지 한자리에서 모임을 갖도록 칸막이를 틀수도 있다.

육전 외에 키조개전, 새우전, 바지락전이 있고 계절메뉴로 굴전도 있다. 점심특선으로 한옥한상차림과 갈치조림정식, 가마솥밥정식, 보리굴비정식, 육회비빔밥, 황태탕도 인기다.
자체주차장을 포함해 최대 30대 주차가능 하다. 032-833-2234



'속'따라 다른 전의 매력… 든든한 한상차림도 있어

 

●육전

'한옥'의 대표메뉴인 육전은 한우 1등급 홍두깨살을 쓴다. 최기남 사장이 '최고집'부터 거래하던 마장동에서 2~3일에 한번씩 떼어와서 매일 아침 예약상황에 따라 적당량을 썰어놓고 저녁손님이 늘어나면 추가로 준비한다. 소고기의 깊은 맛이 살아있는 육전은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부치기 때문에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좋아한다. 담백한 맛의 육전은 취향에 따라 소금에 찍어 먹거나 이집에서 준비한 양념간장 또는 멸치젓에 살짝 담가 먹어도 그만이다. 파채를 얹어 쌈장과 함께 각종 쌈을 싸서 먹으며 또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새우전

전통 혼례음식인 새우전은 새우손질이 기본인데 깨끗이 씻어낸 새우의 머리를 떼어 내고 내장을 발라 낸 뒤 꼬리 쪽의 마지막 한 마디와 꼬리를 남기고 나머지 껍질을 벗긴다. 등 쪽에 길이로 칼집을 얕게 내서 한 장으로 펴서 부쳐낸다. 이집의 새우는 살이 통통해서 한입 깨물면 육즙이 느껴질 정도로 구이나 튀김과는 달리 훨씬 부드럽다.

 

●키조개전

키조개전은 키조개 관자의 비린내를 잡아주는게 핵심이다. 관자를 얇게 저며 부침옷을 입혀 부치는데 관자는 열을 받으면 굳어지는 성질이 있어 조금만 오래 부쳐도 먹기 힘들게 질겨질 수 있다. 쉽게 맛볼수 없는 '키조개전'은 관자 자체가 담백한데다 부드럽고 물렁하다 싶을 정도로 부서지는 식감이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한옥한상차림

점심에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인 '한옥한상차림'은 반찬과 찌개, 구이 등으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채반에 담아 나오는 기본 반찬은 구수한 된장찌개를 중심으로 김치에 시금치, 고사리, 도라지 등 나물류와 메추리알과 곤약조림, 쥐포볶음, 묵은지무침 등이 빙 둘러있는 모양이어서 식욕을 부른다. 샐러드, 제육볶음, 고등어구이, 해파리초무침, 감자전은 따로 접시에 담겨져 나오는데 한공기 밥과 함께 다 먹으면 배가 든든해서 맛은 물론 가성비 최고인 이집의 대표적인 점심메뉴로 손꼽힌다.
 

▲ 인천 동춘동 육전 전문점을 찾은 '한옥'에서 김남희 ㈜유니트원 대표(왼쪽)와 디자이너 신소미 차장.
▲ 인천 동춘동 육전 전문점을 찾은 '한옥'에서 김남희 ㈜유니트원 대표(왼쪽)와 디자이너 신소미 차장.

 

[도시경관 전문가들이 찾은 '한옥']

"경제적 여건이 나아지고 문화생활이 윤택해지면서 '삶의 질'을 넘어 내가 사는 곳이나 우리 주변에 대한 '공간의 질'을 이야기하는 시대가 되었네요. 그러면서 '도시경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게 됐죠."

도시를 디자인하는 도시경관 전문 기업인 ㈜유니트원의 김남희 대표와 디자이너 신소미 차장이 인천 청량산의 흥륜사 아래 쪽에 있는 육전 전문점 '한옥'에서 만났다.

도시의 일정 공간이 갖고 있는 정체성과 콘텐츠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을 하는 곳이라고 자신의 회사를 소개한 김남희 대표는 "인간미를 배려한 공간과의 조화를 이루려는 철학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가 추구하는 도시경관이란 자연과 물리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보다나은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의 특성과 생활하는 사람들의 삶, 문화를 이해해야 하죠. 주변 환경을 분석해 기획한 뒤 디자인으로 나타내고 있어요."

김 대표는 아무리 좋은 기획안과 디자인을 갖고 있어도 도시나 공간에 적용하려면 공모와 입찰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거쳐 사업계약을 맺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어려움을 나타냈다.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문이든 사업을 따내려면 엄격한 자격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입찰제안도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로 업체가 선정되는데 이런 과정이 전쟁을 치르는듯한 심정이에요. 특히 요즘 경제는 힘들고 일을 수주해야 회사를 유지할 수 있어서 업체마다 경쟁이 더욱 치열하지요."

인천경제청의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해서 경제청 일을 할 때면 바짝 신경을 쓰게된다는 김 대표는 도시경관 일을 하다보면 우리가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물을 공감해줄 때 보람을 느끼지만 좀더 고민하고 들여다봤어야 하는 아쉬움이 항상 남는다고 말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돌아보니 15만평 규모의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청라의 프로젝트에 참여한게 한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회사 설립이래 가장 큰 프로젝트였고 그만큼 고생도 많았지만 보람도 컸지요. 또 오랜시간 고민과 수차례 변경을 통해 멋지게 완성된 송도B2주거복합시설도 골격을 제외한 건물 안팎을 모두 디자인해서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어요."

김 대표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신소미 차장은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지만 많은 대화를 통해 의견이 좁혀져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디자이너의 가장 큰 역할은 기획한 논리를 시각화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거죠. 미관적으로 꾸민 디자인이라도 이용자를 고려하지 않으면 인정받을 수 없거든요. 그런면에서 우리 회사의 철학인 인간미와 공간미의 배려와 조화를 늘 생각하고 있어요."

김 대표는 '도시경관은 그 도시의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와 기술을 드러내주는 일종의 거울'이라는 말을 새기며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제가 이곳 '한옥'을 좋아하고 자주 찾는 이유가 있어요. 뭐냐하면 이곳이 육전을 손님상 앞에서 직접 부쳐주고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심사'받는 심정일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간이 맞을까, 너무 바싹 부치지 않았을까'하며 얼마나 긴장을 하겠어요. 제가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심사과정에 들어가면 긴장감과 심리적 압박감에 무척 시달리거든요. 그래서 한옥에서 전부쳐주시는 분들이 고맙고 이해할 것 같아요."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