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회기반시설]
관리 소홀·시정 불이행 고착화
정부는 사고 뒤 부랴부랴 대책
국회는 법안 개정 뒤처리 바빠
'안전은 비용·부담' 인식 개선을
지속적 훈련·교육·투자 따라야

2018년에는 사회기반시설 대형사고가 발생하면서 도민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주 원인은 부주의나 관리부실과 같은 안전불감증이 대부분이어서 사고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의 중요성이 재차 대두됐다.

지난 10월7일 발생한 고양 저유소 폭발사고는 '안전불감증'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줬다.

풍등 하나로 국가 주요 기반시설인 저장탱크가 맥없이 폭발하는 사상 초유의 사고였다.

휘발유 46억원(약 282ℓ), 탱크 2기 69억원, 기타 보수비용 2억원 등 총 117억원의 피해액을 발생시킨 이 화재는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하루 종일 다량의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시민들이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경찰은 17일 외국인 근로자가 호기심에 띄운 풍등이 휘발유 탱크 옆 잔디에 추락한 뒤 불이 붙여 폭발로 이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송유관공사의 미흡한 안전관리 책임도 법망을 피해갈 수 없었다.

경찰은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장과 안전부장, 안전차장을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전직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을 설치되지 않은 화염방지기가 제대로 설치된 것처럼 공문서를 조작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로 불구속 입건하는 등 모두 5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올해 도내 화재발생은 이날까지 901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425건)보다 4.3%(406건) 다소 줄었다.

화재발생 건수 중 실화가 지난해(8486건)와 올해(8102건) 모두 전체의 90% 정도를 차지했으며 미상(726건·660건), 방화(151건·190건), 자연적 요인(62건·67건)이 뒤를 이었다.

또 지난 4일에는 고양시 백석역 사거리에서 열수송관 파열돼 1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고, 12일에도 안산 단원고 고잔동 푸르지오3차 아파트 단지 부근에 묻힌 온수관 파열로 1137가구가 온수와 난방 공급이 끊겨 4시간 동안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 사고는 노후화된 사회기반시설의 관리부실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앞서 지난달 30일 부상자 60여명을 낸 수원 골든프라자(지상 11층 지하 5층 규모) 화재는 건물 관리인이 시정조치를 불이행하는 등 관리부실이 사실로 드러났다.

건물 내 화재경보기는 아예 작동하지 않았고, 스프링클러도 소화수가 나오지 않는 상태로 오랜기간 방치됐으며, 지하 1층~2층 내부통로 벽면에 가연성 내장재(폼 블럭)를 써 불길을 키웠다.

지하 2층 방화문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 건물은 지난 5월 민간 소방점검업체가 안전점검을 벌인 결과 피난시설, 경보시설 등 다수의 항목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후 소방당국은 시정조치를 명령했고, 건물 관리인 측은 "전부 수리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소방에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정부는 부랴부랴 실태 점검 및 방지대책 마련하기에, 국회는 관련 법률안 개정하기에 바쁘다.

열 수송관 파열 사고 역시 한국지역난방공사가 20년 이상된 온수관 686㎞ 전 구간에 대해 긴급점검을 실시했고, 정부는 1990년 초 지어진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설치된 노후 열 수송관에 대한 긴급점검을 진행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점이 드러나는 재난대응시스템을 '수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훈련이나 교육, 투자 등을 통해 여전히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입법처 관계자는 "대형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신축 건축물에만 적용되고 있다"며 "관련법 소급적용 등으로 기존 건축물의 방화성능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공통적으로 중·소규모 건축물은 화재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아 대형 화재로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소방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며 "지자체도 가연성 건축 자재를 교체하고 안전시설을 잘 갖춘 건물에 세제혜택을 주는 등 '안전은 비용·부담'이라는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장선 기자 kj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