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인천국제공항 인근 50개실 규모의 국가격리시설 일대가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의 최적지로 부상하고 있다. <인천일보 10월12·30일자 1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의 유입 경로가 된 인천공항과 가까워 체계적이고 신속한 의료 조치가 가능하고 병원 건립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 정부의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이 요구된다.

17일 질병관리본부와 인천시에 따르면 보건당국은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연구 용역을 통해 인천·중부·호남·영남·제주 등 전국 5개 권역에 50병상 규모의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했다.

인천의 경우 다른 권역에 비해 인구수가 적은데도 국내 첫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바레인에서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는 등 메르스 감염자가 유입될 확률이 높아 5개 권역에 포함됐다. 다만 병원 건립의 우선 순위에선 한참 뒤로 밀려 있다.

보건당국은 의료시설이 열악한 호남 권역이 시급하다고 보고 가장 우선적으로 호남에 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사업과 맞물려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인천이 우선 순위에서 밀린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지역 의료업계에선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10조6000억여원의 국가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인천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조속히 설립해 신종 감염병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시가 올 10월 인천을 방문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인천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해 달라고 건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최적의 장소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 국립인천공항검역소가 운영 중인 국가격리시설 주변 부지다. 이 시설은 인천공항 인근에 자리한 3800㎡ 규모의 1~4층 건물로 50개의 격리실을 갖췄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메르스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 83명이 이 시설에서 격리 생활을 했었다. 올해도 인천공항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가 발생하면서 4명의 밀접 접촉자가 시설에 들어갔다.

국가격리시설 일대에 감염병 전문병원이 들어서면 신종 감염병 대응에 대한 상승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밀접 접촉자에게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전문병원에 입원할 수 있어 감염을 원천 봉쇄할 수 있고 환자의 안전도 향상된다.

문제는 예산이다. 지역사회의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요구에도 정부는 예산 문제를 거론하며 손사래를 치고 있는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호남 권역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한 뒤 다음 대상으로 영남 권역을 검토하고 있다"며 "인천도 5개 권역에 포함됐으나 예산이 부족한데다 다른 권역에 비해 시급성이 낮다"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