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분더슐레정신분석상담센터 통합예술원장

음악치료사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음악이 무슨 치료가 되나요?"이다. 이런 질문은 음악치료가 아직 대중적이지 않다는 것의 반증일 것이며, 음악이 우리 인체에, 특히 뇌와 신경계 활동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치료의 공식적 정의는 "음악을 치료의 매개체로 사용하여 인간의 정신적, 정서적, 사회적 및 신체적 건강의 향상 및 재활을 돕는 임상기법"이다. 하지만 이 정의만 가지고는 실질적으로 음악치료가 어떤 기능과 효과가 있는지, 음악치료의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매개체가 되는 음악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보통 음악을 "범 우주적 언어(Universal Language)"라고 한다. 말 그대로 음악은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어서 공감과 소통의 도구라는 말이다. 세기의 음악가 베토벤도 음악을 "내 가슴과 영혼에 있는 것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음악의 이유다"라고 정의한 것처럼 음악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음으로 나타내는 소리예술이다. 12월이 들어서면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간간히 까페나 매장들에서 캐롤송을 듣게 된다. 종교에 상관없이, 어떤 연령대가 되었든지 '징글벨'이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듣는다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고, 눈밭에서 썰매를 타는 아이들과 루돌프와 산타클로스를 자동적으로 떠올리게 될 것이다. 심지어 여름에 캐럴송을 들으면 시원해져서 더위를 식히는데 도움이 된다는 분들도 있다. 이렇듯 세대와 언어, 문화를 초월하여 음악을 통해 서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음악의 힘이다. 사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음악은 우리의 행동과 감정 그리고 생각을 움직인다.

우리의 뇌는 신경을 통해 우리 몸의 각 근육을 움직인다. 예를 들면 기침을 할 때 눈을 감게 하도록 근육에게 명령해서 눈을 돌출시키는 위험을 면하게 해주고, 달리는 기차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근육을 움직이게 해주기도 한다. 이처럼 뇌는 우리가 인식하기도 전에 쉬지 않고 근육들에게 명령해서 몸을 안정(stability) 시켜주기도 하고 때에 따라 가동(mobility) 시키기도 한다. 이런 뇌가 음악에 영향을 받아 근육을 담당하는 신경을 통해 우리 행동을 만들어 준다. 카페에 앉아서 수다를 떨거나, 책을 보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오는 음악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손가락을 움직인다든지, 고개를 까딱거린다든지, 아니면 발을 구른다든지 하는 행동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음악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박자(리듬)에 뇌가 반응을 해서 우리가 인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들에게 명령하여 만들어낸 몸짓인 것이다.

또한 음악에는 우리의 감정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우울증 환자에게 경쾌한 리듬(up beat)의 음악을 들려주면 보다 긍정적이고 생동감 있는 반응을 한다. 반면 약물로 인해 흥분과 불안정한 감정에 싸여 있는 환자에게 규칙적인 박자의 안정적인 음악을 들려주면 흥분이 가라앉고 차분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음악이 우리 뇌에서 감정과 연관된 최소한 6개의 각기 다른 경로를 작동시키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의 경로로는 특정한 감정을 표현하는 음악의 요소적(리듬, 멜로디, 화음, 강약 등) 특성으로 인해 음악과 동일한 유형의 감정을 감상자가 공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음악으로 인해 변화하는 우리의 생각들을 보자. 우리의 생각은 음악의 요소 중 주로 멜로디와 가사에 의해 반응한다. 약물과 술에 중독되어 있는 환자들을 치료할 때 가장 기본적인 음악치료는 가사를 들으며 분석하는 것이다. 보통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사분석법(Lyric Analysis)은 그런 환자들에게 좋아하는 음악 장르에 가사를 개사하도록 한다든지, 원래 있던 가사의 어떤 부분을 환자 각자가 스스로 만들어 보게끔 하여, 가사 내용을 읽고 부르고 분석하면서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게끔 유도하는 치료 방법이다.
이때에는 물론 가사 내용이 긍정적이고 희망적이어야 한다. 긍정적 내용들이 환자의 기억력과 사고력 등을 주관하는 전두엽에 영향을 미쳐서 부정적이고 공격적이었던 생각들을 보다 더 긍정적이고 생산적으로 바꾸어 주는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음악은 우리의 행동, 감정, 생각을 좌우하는 뇌신경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며 음악치료는 그런 음악을 매개로 하는 보다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치료방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