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연 정책토론회서 지적
"사·제 40·16% 성적피해 경험
그냥 넘기고·학교 무대응 일쑤
20년 아웃사이더·모래성 대책
적극적 예방책·사후관리 절실"

도내 초중고 학생들 10명 중 4명이 성 인권 피해(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절반 이상(55%)의 학생은 피해를 경험하고도 그냥 넘어갔으며 그 이유로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서(53.2%)'를 꼽았다. 또 교직원도 16%의 피해를 경험했다.

13일 경기도교육연구원이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과 공동으로 마련한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된 '학교 성 인권 실태와 향후 과제' 연구결과에서 이같이 조사됐다.

경기도교육연구원 진숙경 연구위원은 지난 9월 도내 204개 초중고교 학생 838명과 교직원 681명을 대상으로 '성 인권 실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학생과 교직원들의 성폭력 피해 경험과 대응, 학교의 성 인권교육 현황을 전반적으로 물었다.

학생의 성폭력 피해 경험 후 학교의 대응으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39.8%)'는 답변이 많았으며, 학생 대다수는 성 인권 관련 고충 처리 창구가 있는지도 모르는 것으로 조사돼 학교의 적극적인 성폭력 예방과 사후관리가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직원도 마찬가지로 이 같은 피해 경험 시 절반 이상이 '그냥 넘어간다'고 응답했다.

진 연구위원은 "학생의 70%는 성 인권 관련 고충처리 창구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성 인권 관련 예방지침이나 규정이 있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응답하는 등 학생들이 보호조치에 대한 인지가 거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성 인권의무교육의 경우 이를 모두 받은 학생은 22.7%로 나타났지만, 학생과 교직원 모두 집체교육 방식, 매년 유사한 교육 내용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 최근 1년간 학생들이 받은 성 인권 교육 방식은 '강당 전체 교육' 방식이 37.4%를 차지했다.

이어진 자유 토론에서는 도교육청 내 성 인권교육 관련 컨트롤타워가 없는 점, 교육과정 안에서 여전히 성 인권 교육이 '아웃사이더'로 남는 점 등이 학교 현장에서의 문제들로 지적됐다.

용인수지초 엄미영 보건교사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교육기관에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없다"며 "수업 권한도 없고, 구체적인 표준안도 없는 등 (관련 대책들은)모래성과 같다"고 말했다.

안산시곡중 염경미 교사는 "지금과 같은 성 인권 교육 수준으로는 아무것도 바뀔 수 없다. 교육과정 안에서 학년별, 수준별로 관련 교육을 펼쳐야 하며, 이는 전 교육과정에서 모든 교사들이 참여해야 할 몫이다"고 말했다.

이날 진 연구위원의 발표 외에도 정혜원 도가족여성연구위원의 '경기도 위기 여성 청소년의 성 건강 실태와 향후 과제'가 발제로 나왔다.

/안상아 기자 asa8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