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같은 90년 … 나만의 흐뭇함 있다"
▲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한 최영섭 작곡가의 구순(九旬)을 기념해 12일 인천 서구 엘림아트센터에서 열린 '오마주 투 코리아(나의고향 나의 조국에 바칩니다)' 공연에 참석한 최 작곡가와 후배들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작곡 생활 70년 '자부심' … 여전히 오선지에 영감 그려내


거장은 따뜻했고, 안온했다. 인천에서 '최영섭' 이름 석자는 가슴에 박힌다.

강화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인천에서 자랐다. 구순의 작곡가 최영섭에게 '인천'은 청춘이 담긴 곳이다. 그래서 인천이라는 이 말을 뱉는 순간, 먹먹해 한다.

지난 12일 서구 엘림아트센터 최영섭 작곡가를 만났다. 이날 음악회는 구순의 최 작곡가를 기념하기 위한 곡들로 짜였다. 오후 7시30분 공연, 그는 한 시간이나 일찍 공연장에 왔다. 정정했다. 여전한 음악가요 작곡가, 후학을 걱정하는 선생님의 포근한 모습이다.

"어느덧 뒤를 돌아보니 90년이 9개월 같다"는 그, "그런 작품(그리운 금강산)을 썼기 때문에 나만이 아는 흐뭇함이 있어요"라며 함박 웃음을 짓는다.

1929년 강화군 화도면 사기리 77번지에서 생을 시작했고, 창영초등학교와 인천중학교를 다니며 일제의 만행 앞에서 패기를 키웠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빈국립음대 대학원 지휘과정 석사를 마쳤다. 한민족이 담긴 '그리운 금강산'은 1961년 8월26일 인천에서 탄생했다. 당시 인천여중·고교 음악교사인 최 작곡가는 숭의동 집 주변의 논밭 속에서 이 곡을 써내려 갔다.

그는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숭의동의 주택 살 때, 이 곡을 썼다"며 "아마 다복면 공방 인근 같은데. 인천은 망향이다"고 말했다. 지금 선생은 서울에 홀로 산다.

작곡생활 70년, 가곡작곡 700곡, 가곡악보 7권 완간, 기악곡 70여곡 작곡, 그의 이력이다. 왕성한 작곡가는 아직도 오선지에 영감을 그려낸다. '흰구름 아래 산 마을', '그리운 두고 온 산하', '어느 별에서 우리는 다시 만날까' 등등. 요즘 최 작곡가가 혼을 불어 넣는 곡이다.

그는 "시에 곡을 붙이는 작업이 얼추 끝나가고 있다"며 "재벌가도 아니고 권력자도 안됐지만 평생 작품을 쓴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되뇌었다. 음악회 중간 그가 마이크를 잡고 인천의 목가 조병화 시인을 회상하며 송도의 시커멓던 갯벌을 떠올렸고, "내년이 며칠 남지 않아 여러분께 세배를 하고 싶은데 구순이라 신통치 않습니다. 미안합니다"라는 위트로 관객과 호흡한다.

요람인 강화를 목놓아 노래하고, 인천을 사모하는 최영섭. 이제 인천이 품을 때다. 인천의 자랑이요, 인천을 빛낸 100인 중 유일 생존자인 최영섭을 영접하는 길이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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