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내거나 사퇴압박 퍼져...잠잠했던 교체설 수면 위로

인천시 산하 공공기관에 '기관장 사퇴 칼바람'이 불고 있다. 내년 1월 시 국장급 인사에 맞춰 공공기관장을 물갈이한다는 소문이 돌면서다. 당장 한 기관장이 사표를 낸 데 이어, 또 다른 기관장은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처지다.

12일 시에 따르면 시 산하 공사·공단은 5개, 출연기관은 9개다. 이 중 시장이 당연직 이사장인 인천인재육성재단을 제외하고 '13개 공공기관장'이 모두 공개 모집으로 선발된다.

민선 7기 들어 새 인물로 교체된 기관은 인천도시공사와 인천관광공사, 인천연구원, 인천여성가족재단이다.
인천의료원과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 인천문화재단, 인천복지재단은 현재 기관장이 공석 상태로 공모에 들어갔거나 이달 중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나머지 5개 자리는 유정복 시정부 때 임용된 인물로 인천교통공사·인천시설공단·인천환경공단·인천신용보증재단·인천글로벌캠퍼스운영재단 등의 기관장이다.

그간 시 안팎에선 이들 기관장을 겨냥해 인적 쇄신을 단행한다는 소문이 몇 차례 돌았으나, 그때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바로 교체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란 박남춘 시장의 인사 원칙이 거론되면서 기관장 교체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곤 했다.

그러던 와중에 조현석 인천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이 2주 전 사표를 내면서 기관장 교체설이 다시 급부상한 것이다. 조 이사장은 5개월여 임기가 남은 상태였다.

시 내부에선 '공무원으로 치면 올 연말 정년을 맞게 되니,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 달라'는 시의 요구에 따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임기가 4개월여 남은 이응복 인천시설공단 이사장도 유사한 내용의 사퇴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시 산하 공공기관장 줄사퇴가 현실화할 조짐이다. 여기에 내년 8월 임기가 종료되는 이중호 인천교통공사 사장과 이주호 인천환경공단 이사장 등도 지금의 분위기라면 칼바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기관장들 사이에선 '좌불안석'이란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기관장들의 불안감은 고스란히 조직 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각에선 이들 자리에 공무원 출신이 아닌 박 시장의 당선을 도운 측근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가 자리를 꿰차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고 시 고위직 인사 적체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 일부 기관장이 사표를 냈거나 사표를 낼 계획으로 안다"면서도 "박 시장의 인사 원칙은 공모를 통해 일 잘할 사람을 뽑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누가 나가고, 새로 들어올지에 대해 논의된 게 없다"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