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원 발언대] 서정호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
▲ 서정호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


때·장소 불문 … 수법 잔혹
사이버 폭력도 급속 확산


국어사전에서는 '폭력'을 '누가 의도적으로 육체적인 힘을 가하던지 위협을 가해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혔을 때'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런 행위가 학교에서 발생하면 학교폭력이라고 부른다. 오늘날 학교폭력은 학교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방식으로 더욱더 진화하고 있다. 그 수법 또한 잔혹하기 그지없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 한 중학생이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또래 학생 4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다 뛰어내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학생은 동급생인 친구들이 빼앗았던 전자담배를 돌려준다는 말에 속아 옥상으로 끌려간 것으로 밝혀졌다. 얼마나 구타가 심했으면 옥상에서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을까.

경찰 조사 결과 가해 학생들은 사전에 자살로 말까지 맞춘 것으로 드러나면서, 갖가지 의문이 증폭되는 기사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가해자 가운데 한 명이 숨진 피해자의 점퍼를 입은 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는 장면은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어쩌다가 우리 교육현장의 학교폭력이 이토록 잔혹해졌단 말인가.

교육부가 전국 초·중·교생 399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1차 학교폭력 실태 조사'를 보면,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5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조사 대비 약 1만3000명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특정인을 집단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사이버 폭력인 '사이버불링(cyberbullying)' 또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사이버 폭력은 현실이 아닌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폭력행위라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가해자가 문제의식이나 죄책감에 비교적 덜 시달리는 특징이 있어 더욱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청소년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학교폭력은 점차 그 방식과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그 끝은 보이지 않고,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이 믿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도 많이 미흡한 실정이다. 실제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응답한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알릴 대상을 '가족(44.5%)'과 '선생님(19.3%)', '친구(11.4%)' 순으로 꼽았다. 교육부가 폭력 예방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를 찾거나(3.5%), 경찰에 신고(2.2%)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낮았다.

피해자 대다수가 사적 관계로 학교폭력을 해결하려다 보니 소위 '삼촌 패키지'라고 불리는 사설 학교폭력 해결 업체까지 등장하게 됐다. 이 업체들은 학교폭력은 가해 학생에게 공포심을 주면 해결된다고 광고하고 있다. 다시 말해 폭력에는 더 심한 폭력으로 대응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학교폭력은 단순히 폭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폭력의 연속성이 있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은 없고 사후 가해자 엄벌로는 해결할 수 없기에 예방이 최선이다.

친구들과의 상호 배려와 소통,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 부모의 관심과 사랑 등 학생·가정·학교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지역사회에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지역 내 행정기관들이 서로 유기적인 협력 체제를 공고히 하여 내 일처럼 모두가 함께 나설 때, 학교폭력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교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학폭위는 교내에서 학교폭력 사건을 심의·의결해 모든 처분 사안을 학교생활기록부에 남긴다. 그러나 학폭위 소집에만 보름 가까운 시간이 걸리고 공정성 시비도 잦아 학생들 대부분은 학폭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교내에 학교폭력을 원스톱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담 교사들을 양성하고 수업을 경감시켜 최대한 학교폭력 예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학교폭력은 자의적으로 생성된 것이 아니다. 뉴스 등의 방송 매체에서 연일 보여주는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사회 분위기와 청소년에 대한 가정과 사회의 무관심이 만든 문제다. 기성세대부터 올바르게 행동하고 학교폭력 문제에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미래의 주역인 우리 청소년 학생들이 학교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학교폭력의 예방과 해결에 우리 모두가 동참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