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주도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의 한계다. 이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내년 인천시 10개 군·구의 일부 마을에서 시범 운영할 '주민자치회'도 성공할 수 있다. 기존 주민자치위원회가 관변단체의 성격을 쉽게 버리지 못해 균형적인 주민자치 권한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주민자치 조직에 대한 편향된 불신을 개선해 나가야 할 기회다.

우선 주민자치회는 관치보다 협치를 실천해야 할 명제를 안았다. 새로운 조직으로 출범할 주민자치회는 주민 스스로 삶의 질 향상에 나서야 한다. 따라서 주민자치회는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뽑느냐가 매우 중요한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선발된 위원은 마을 운영에 참여하고 의사결정에 관여할 로컬 거버넌스의 일원으로서 탁월한 리더십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주민자치위원들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지원이 선행되는 이유일 게다.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지 30년 세월이 쌓이고 지방분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주민 의사에 따라 운영되는 주민자치는 겨우 발을 떼는 수준에 와 있다. 주민자치회는 주민 스스로의 권리와 책임을 실천하는 지방자치의 모범이 돼야 한다. 주민자치회는 각자 지역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지역 문제 해결에 나서는 등 마을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행사하게 된다.

주민자치회 구성은 주민자치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주민 중 공개추첨으로 선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국감에서도 서울형 주민자치회가 '주민자치인가, 관치인가'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방정부가 마을단위 주민자치회에 마을활동가 인건비를 지원하고 파견하는 자체가 관치로 인정되는 만큼 '자치를 파괴할 수 있다'는 이학재(바른미래당 인천서구갑) 의원의 따끔한 지적도 있었다.

이번 주민자치회는 마을 주민의 생활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시범 실시된다. 기존 주민자치위원회가 담당하던 주민복지 기능과 주민화합 업무 등을 수행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인적 구성에 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마을 주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존중받아야 풀뿌리 민주주의도 앞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