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 열었지만 결론 못내 분위기는 일단 '신중론' 쪽
이재명 경기지사의 거취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고심에 빠졌다. 최고위원회까지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 하고 12일에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당원 사이에서 호불호가 확실한 이 지사에 대한 거취 문제이기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의 결정은 또다른 후폭풍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11일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이 지사에 대한 거취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이날 이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시도, 검사 사칭, 성남 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등 3가지 의혹에 대해 직권남용·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 차원이다.
갑자기 일정이 잡힌 최고위다 보니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 설훈·김해영 최고위원은 참석하지 못했다.
홍 원내대표는 부처별 내년도 예산 업무보고 일정이 있었고, 설훈·김해영 최고위원은 지역구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시간 30분 가량 열린 최고위 분위기는 '신중론'이었다.
최고위원들은 지도부 의견이 어떤 방향으로 모아졌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다만 회의에 불참한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마저 수렴해 발표하겠다는 쪽으로 정리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선거제 개편과 이재명 기소 건, 둘 다 논의했으니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해 설훈 김해영 최고위원이 불참해 내일 최고위에서 의견을 마저 듣고 의결을 통해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도 회의 뒤 "못 오신 분들이 있어서 그 분들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며 "내일 아침 (회의를 통해) 마무리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민주당은 이 지사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를 지켜본 뒤에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혀왔으나,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이어서 중지를 모으는데 진통을 겪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반 이재명'측과 이에 반대하는 이 지사 지지자들이 격렬하게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반이'측은 당 지도부가 출당 조치나 최소한 '탈당 권유' 결정은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이 지사 지지자들은 "검찰의 단독 결정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정치적 배후설을 제기하며 장외 시위까지 예고한 상태다.
이미 '전국이재명지지연대'는 이날 수원지검 정문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오는 15일부터 매주 토요일 광화문에서 전국의 이재명 지지 단체와 지지자들, 시민들과 결합해 이재명 지사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며 각을 세웠다.

게다가 '드루킹' 일당과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와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후폭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민주당 일각에선 이 지사의 자진 탈당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지사는 검찰의 기소 직후에도 "우리 안에 침투한 분열세력과 이간계를 경계해야 한다. 저는 여전히 자랑스러운 민주당 당원"이라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공정사회 대동세상을 바라시면 저에게 탈당을 권할 것이 아니라 함께 입당해 달라"고 호소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