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경 논설위원

 

 

2018년 무술년 한해가 저물어 간다. 황금개띠 새해가 밝은지 엊그제 같건만 마지막 한장 남은 달력의 절반 정도만 남아있다. 한해를 마무리 하며 새해를 준비하는 이맘때가 되면 지난 1년은 어떠했는지 내년에는 어떠했으면 좋겠는지를 담은 사자성어가 화제가 되곤 한다.
올해 초 직장인과 구직자들은 최고의 사자성어로 일이 잘되기를 바람을 담은 '마고소양'(麻姑搔痒)을 꼽고 희망찬 한해를 시작했다. 직장인은 다사다난했던 지난 해를 뒤로 하고 편안하고 무탈한 직장생활을 바라는 마음에서 아무런 생각이나 걱정이 없음을 뜻하는 '무사무려'( 無思無慮)를 많이 선택했다. 구직자는 자신을 이기고 항상 나아간다는 뜻의 '극기상진'(克己常進)과 모든 것이 다 이뤄지길 바라는 '소원성취'(所願成就)를 꼽아 취업이 되는 날까지 마음을 다잡고 새롭게 시작하고픈 간절한 마음을 반영했다.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이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사자성어는 무엇일까?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과 구직자,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올 한해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를 조사한 결과 '다사다망'(多事多忙)이 가장 많이 꼽혔다. 직장인이 가장 많이 선택하기도 한 다사다망은 '일이 많아 몹시 바쁘다'는 의미로 최근 사회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리이프스타일인 워라벨(개인의 일·Work과 생활·Life 이 조화롭게 균형을 유지하는 상태)과는 거리가 있는 현대인들의 치열한 삶을 반영한 것으로 보여진다.

구직자는 마른나무나 불기없는 재와 같이 생기와 의욕이 없다는 뜻의 '고목사회'(枯木死灰)를 꼽아 갈수록 심화하는 취업난 속에서 의욕마저 잃어가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이외에도 스스로 제 갈길을 찾아가겠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과 많은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전전반측(輾轉反側)도 많은 선택을 받아 힘들고 어려운 한해였음을 보여줬다.

올 해 가장 눈에 띄는 사자성어는 '노이무공(勞而無功)'이다. 자영업자가 가장 많이 꼽은 노이무공은 莊子(장자)의 天運篇(천운편)에 나오는 말로 愁苦(수고)를 많이 했으나 아무 功(공)이 없다는 뜻이다. 올 한해동안 아무리 애를 썼어도 성과 없이 근심만 커져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한듯 하다.
올 한해를 나타내는 네 글자로 정리하면 '고난의해'가 아닐까 싶다. 올 연말 가장 많이 꼽힌 사자성어 다사다망(多事多忙)이 多事多亡이란 생각은 나뿐만이 아닐 듯 하다. 내년 연말 사자성어로 '마고소양'(麻姑搔痒)이 뜨기를 바라는 것이 지나친 기대가 아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