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 100억 사업비 감당 못해 보류 … 주민·문인들 7년째 염원 '물거품'
▲ 고(故) 박완서 작가는 1998년부터 구리 아치울 마을에 정착했다. 그는 이곳에서 우리 문학 역사에 남을 훌륭한 소설과 동화 등을 썼다. 사진은 박완서 작가가 생전에 집필하던 자택이다.

구리시의 '박완서 문학관' 건립 사업이 끝내 좌초했다.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사업비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시는 내년도 예산에 이를 반영하지 않고 현재 사업을 전면 보류했다. 내부적으론 사실상 건립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문학관 건립을 7년째 고대하던 지역주민과 문인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1일 시에 따르면 박완서 작가를 기리고자 지난 2011년 문학관 건립을 추진했다. 장소는 토평도서관 옆 땅(1720㎡)으로 정했다. 이곳에 지상 3층짜리 문학관을 짓고 유작 등 자료 220점을 구비해 2015년 문을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시 책정한 사업비 25억원으로는 해당 부지를 사기 어려웠다. 이에 사업을 잠시 보류했다.

그러다 지난 2016년 지역사회 안에서 문학관 건립 공감대가 다시 형성됐다. 시는 이듬해 11월 박 작가 유족과 협약을 맺고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사업비는 50억원, 개관 시기는 2020년으로 잡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사업비가 발목을 잡았다. 올해 투융자심사를 하면서 문학관 진입 도로 개설 등에 추가 비용 80억원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러면서 총 사업비 규모가 100억원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지역사회는 사업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아치울 마을 주민 김모(72)씨는 "건립 얘기만 7년이 넘었다. 처음부터 사업비를 제대로 책정했다면 이런 결과가 생겼겠느냐"라며 "계속 사업비 핑계만 대는 등 사업 의지 자체가 의심스럽다. 그게 아니라면 문학관을 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문인협회 경기도지회 구리지부 관계자도 "문학관이 생기면 구리지역 작가들의 입지와 자긍심도 그만큼 커진다"며 "시가 지역사회 염원을 고려해 조속히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등 사업을 정상 추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문학관 건립비(5억원)보다 도로 개설비를 훨씬 더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여기에 일부 소유주가 땅을 팔지 않겠다는 의사도 밝히는 등 여러 어려움에 직면했다.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 문단의 어머니로 불리는 박완서 작가는 1998년부터 구리 아치울 마을에 정착해 소설과 동화 등 다양한 작품을 썼다. 담낭암 판정 뒤 투병하다 지난 2011년 1월22일 8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글·사진 구리=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