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문화를 존중한다는 '새빨간 거짓말'
▲ 안광복 지음, 사계절, 344쪽, 1만7800원
이 책은 공화주의에서 사회 민주주의, 낭만주의와 신자유주의, 관료주의에 이르기까지 32가지 대표 사상들의 흐름을 따라가며 인류가 꿈꿔 온 희망을 성찰한다. 그 희망들이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을 제대로 알고, 독자들 스스로가 우리 시대를 진단하고 추구하는 희망을 그려 나갈 기회를 제공한다.

오늘날 '민주주의'라는 사상에 반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존중받고 개인의 권리가 보장된다는 민주주의는 어떠한 허점도 없어 보인다.

민주주의는 세계인의 상식이 되었지만,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는 만큼 혼란과 갈등 역시 뒤따라온다. 게다가 '민주주의'를 활용한 다양한 '민주주의들'이 생겨나며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키우고 있다.

18세기 후반 나폴레옹의 이집트 침략부터 시작되어 19세기에 절정을 이룬 '오리엔탈리즘'은 이제 사라졌을까? 열등한 동양 문화를 우수한 서양 문화로 '개화'시키고자 했던 오리엔탈리즘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큰 상처를 남겼다.

언뜻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듯 보이지만 심지어 우리나라에도 오리엔탈리즘은 뿌리 깊이 남아 있다. '제3세계' 또는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과, OECD나 선진국의 잣대에 목을 매는 우리의 모습에서 무엇이 보이는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사상을 진단하고 바꿔나가려면 그야말로 냉철한 이해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32가지 사상의 장단점과 인류 사회에 작동하는 양상을 알기 쉽게 짚어 냈다.

사상을 균형 있는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부분까지 명확히 밝히고 새로운 사상의 방향을 제안한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