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년 선교사 게일이 '코리아'를 탐방, 세계에 소개한 최초의 저서
▲ "완전한 해탈을 보여주는 가장 완벽한 증거". -P68

 

▲ "양반은 보통 아내를 '거시기' 라고 부른다". -P244

 

▲ "보드게임의 달인을 여럿 보았는데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문제를 푸는 능력이 없다". -P248

 

▲ 제임스 S. 게일 지음, 최재형 옮김, 책비, 340쪽, 1만8000원


"조선의 보석들 … 상놈과 거시기, 그리고 보드게임의 달인"


1888년, 스물다섯 살의 한 선교사가 조선 땅에 입국했다. '제임스 S. 게일'이란 이름을 가진 파란 눈의 그는 사십여년간 조선 땅에서 조선인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다. 정동에 모여 살면서 좀처럼 그곳을 벗어나지 않던 대부분의 외국인과 달리, 게일은 부산에서부터 서울, 평양을 거쳐 압록강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조선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조선인들과 어우러지며 깊이 교류했다.

특히 그는 조선의 마지막 10년이라 할 수 있는 1888년부터 1897년까지의 시간을 담은 책을 라는 제목으로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 출간했는데, 해당 원서는 서방 세계에 조선이라는 나라를 소개한 최초의 저서이다. 이미 여러 권 소개된 바 있는 게일의 다른 기독교 서적과 달리 이 책은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고, 서울역사박물관에 해당 원서의 초판이 전시되어 있을 만큼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책이다.

한국 이름이 '긔일'인 게일은 1890년 우리나라 최초의 '한영사전'을 출간했고, <논어>를 원문으로 읽고 양반들과 토론하기를 즐겼으며, 1895년 영국 작가 John Bunyan의 (1678)를 순 우리말로 번역해 <텬로력뎡(천로역정)>이란 제목으로 출간했다. 1888년 이 땅에 발을 처음 내디딘 지 불과 7년 만에 번역서를 출간할 정도로 그는 우리말에 통달했다.

또 단군 조선에서부터 직접 겪은 고종 때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집대성한 을 무려 4년간 잡지에 연재하기도 했다. 지금껏 우리에게 게일은 선교사로서 주로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이처럼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위대한 한국학자다. 그런 그가 서양 세계에 미지의 나라인 '조선'을 처음으로 알린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특히 그는 이 책에서 우리가 역사책으로만 접해온 '청일전쟁', '아관파천', '갑신정변', '명성왕후 시해' 등 본인이 직접 겪은 역사의 현장을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전해준다.

게일은 머리말에서 "지금까지 조선 사람들의 삶과 성격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글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 독특하고 예스러운 민족과 약 9년간의 친밀한 교제 후에 나는 이들에 대한 단상을 여기에 모았다. 이를 통해 이들이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를, 오랜 기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들이 조선이라는 왕국에 사는 형제자매들에 대한 더 깊은 이해로 인도할 수 있기를!"이라고 밝혔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