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으로 30년에 걸쳐 추진될 대한민국 극지 정책의 비전을 부산에서 선포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한국 극지 연구의 중심지인 인천을 제쳐두고 굳이 부산에서 하겠다는 이유가 고작 "비용이 좀 더 저렴해서"라고 한다. 누가 납득하겠는가. 더구나 부산은 최근까지때마다 인천에 있는 극지연구소를 부산으로 빼 가려는 정치적 행보를 거듭해 왔다. 이번에 극지비전 선포식을 굳이 부산에서 하겠다는 것도 그 일환인가. 정부의 당당하지 못한 처신도 그렇지만 부산의 지역 사랑도 방향을 잃은 느낌이다.

극지연구소는 남·북극 극지 활동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극지 연구의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설립된 국립 극지 연구 전문기관이다. 1986년 세계에서 33번째로 한국이 남극조약에 가입하면서 태동됐다. 1988년 남극세종기지 준공을 주도했으며 2002년에는 북다산기지까지 열었다.
2006년 극지연구소는 인천 송도국제도시로 터전을 옮겨 청사까지 준공했다. 2009년에는 한국 최초의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를 건조해 첫 남극 출항에 나섰다. 이동 연구소인 아라온호는 처음부터 인천항을 모항으로 지금도 활발한 극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에는 송도국제도시 극지연구소 인근에 남·북극의 환경을 그대로 재현한 '극지환경 재현 실용화센터' 건립될 예정이다.

이런데도 해양수산부는 외교부와 함께 10일부터 14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2018 북극 협력 주간 행사를 열고 '2050 극지 비전'을 선포한다고 한다. 30년 후 극지의 새 미래를 내다보고 한국 극지 개발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자리라고 한다. 2050년까지 한국이 7대 극지 선도 국가로 도약한다는 비전이다. 해수부장관을 비롯, 해외 극지 관련 기업인들까지 참여하는 국제적 행사다.

부산 지역에서는 제2극지연구소를 설립하자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상식을 벗어난 이번 행사 추진이 이같은 부산지역의 주장에 정부가 힘을 보태기 위한 것이라는 뒷말도 나온다고 한다. 부산의 지역 발전 전략이 고작 타 지역의 기관 빼오기란 말인가. 전도 유망한 기업들을 유치해 지역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 생각은 못하고 헛심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