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1980년대 중반 인천 월미도에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운영하던 카페 '헤밍웨이'가 있었다. 월미도 문화의 거리 학무대 부근, 서해의 낙조가 어우러지는 경양식 레스토랑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K-pop의 불씨를 지핀 진원지다. SM은 '걸어 다니는 기업'이란 수식어가 붙은 보아를 비롯해 H.O.T, S.E.S 등의 아이돌 스타를 길러냈다. 일본,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을 휩쓸었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에프엑스, 레드벨벳 등이 SM에서 탄생했다.

6년 전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은 K-pop의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킨 계기였다. 뉴미디어의 바람을 타고 '플래쉬몹' 형태로 세계 곳곳의 거리에서 '말춤'의 열풍이 이어졌다. 싸이는 세계 엔터테인먼트 무대에서 K-pop 문화를 창출했다.
최근 음악프로듀서 방시혁 대표이사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7인조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이 K-pop의 정점에 올랐다. 2011년 미국 빌보드가 대중음악의 새 영역으로 K-pop을 인정하고 독립 카테고리를 설정했다. BTS는 빌보드 차트 1위 등극, 화관문화훈장도 받았다. 팬클럽 '아미'(ARMY)는 세계적인 K-pop 공동체를 구축했다. 미국 뉴욕 유엔(UN)본부에서 연설한 RM(24)을 비롯한 진(25), 슈가(25), 제이홉(24), 지민(22), 뷔(22), 정국(21)이 신화의 주인공들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타임지 '올해의 인물'이라고 자평하고 나섰지만 독자투표에서 18위(2%)에 머물렀다. 1위는 9%를 득표한 BTS다. 남북협력의 선봉장으로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4위, 김정은 위원장은 31위를 차지했다. 연말 타임지 편집국이 최종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에 BTS가 관심사다. 모국어로 부르는 한국의 대중음악 K-pop 시장은 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대형 기획사들의 '나 홀로' 업적이다.
그동안 한국의 음악교육은 클래식과 전통음악이 대중음악보다 가치 있는 문화자본으로 인식했다. 대중음악에 대한 전통음악의 지배가 관철돼 온 셈이다. 그러나 음악 장르는 사람의 창의성에 따라 얼마든지 변신할 수 있는 예측불허의 영역이다. 지속적으로 다양한 대중음악 스타를 길러낼 기본 토양 구축이 더 중요하다.
스웨덴은 '1인 1악기' 창의교육을 바탕으로 음악교육이 성인 평생교육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가 문화정책의 일환이다. 문화 저변이 확대되면 풍요로운 삶도 뒤따른다. 한국인의 재능 DNA를 발굴하고, 세계 음악시장의 경쟁력을 키우는 음악 창조도시는 왜 없는가. 음악도 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