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섭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인천 부평갑)

선수가 능력을 키우기보단 규칙이 잘못됐다며, 규칙을 바꿔달라고 단식을 한다면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춰질까?
최근 소수 정당의 정치세력들이 마치 금과옥조인양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으며, 특정 정당의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라며 단식까지 한다.
나는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 보다 민의를 수렴한 공천 과정과 정당 스스로가 어떤 정치를 하고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소수 야 3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선거공학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거제도를 만들기 위한 정략적인 목적이 있다'고 본다.

더욱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전제인 국회의원의 대폭 증원은 물론 국회의원을 직선으로 선출하는 국민의 권한을 축소하는 비례대표의 대폭 확대 역시 국민적 동의를 받기 힘든 아전인수격 주장이다.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국회의원선거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어질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모두에 영향을 주는 논의이자 대한민국 정치체제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큰 담론이라는 점에서, 현행 대통령제와의 조응성 또는 적합성을 고려하지 않고서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나치즘을 겪은 독일이 권력분산형 민주주의로 내각책임제를 채택하면서 만들어진 독특한 역사적 산물이다. 따라서 연립정부 구성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극심한 다당제가 불가피하여 일본, 영국 등 대부분의 내각책임제 국가도 채택하고 있지 않다.

내각책임제에서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북유럽국가들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어 의원내각제의 경우에도 연동형보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차라리 옳은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권력집중형 민주주의이고 특히 대통령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다. 선거에서 국회 구성의 비례성만 강조한다면 책임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대통령정부의 안정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실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초과의석이 발생하고 정당 간 담합이 가능하므로 책임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대통령제에서는 최악의 결합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요구하려면 차라리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개헌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내각책임제 개헌을 하지 않고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요구하는 것은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는 것처럼 성급한 것이다.
나는 대통령제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택하는 것은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인위적 선거개입이라고 본다. 1인 2표제에서 정당투표로 의석수를 결정한다면 지역구 투표보다 정당투표에 엄청난 가중치를 두는 것이다. 이것은 지역대표자를 결정하는 투표와는 무관한 오직 비례만을 위한 투표로 전체당선자 숫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표의 등가성을 침해하고 민심에 대한 왜곡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비례대표제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았다. 최근에 이르러 독일의 정부형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신화는 전세계적으로 퇴행했는데 왜 우리가 이것을 쫒아가려 하나.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개헌을 하지 않고 대통령제하에서 민심을 고려하면서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하려면 최소한도 범위 내에서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즉, 국회의원 정원을 300명으로 고정한다. 지역구를 일부 조정하는데 도농복합 방식으로 대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택하고 소도시와 군지역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대도시에서 일부의석을 줄여 비례의석수를 늘리고 권역별 병립형으로 비례를 배정하는 것이 그나마 실현가능성 있는 선거구제 개편이라고 본다.
이제라도 정치개혁으로 포장된 자신들만을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주장을 멈추고, '좋은 정당 만들기' 내지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당 만들기'에 함께 동참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