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로 가득 찬 계곡, 해가 뜨면 강렬한 색의 향연
▲ 인스퍼레이션 포인트. 말뜻 그대로 영감을 주는 전망대이다. 암석에 포함된 철분이 산화되어 붉은 색을 띠는 후두로 가득찬 협곡의 모습이 찬란하리 만큼 아름답다. 자연이 만든 색채감에 경이감이 느껴지며 시각에 따라 햇볕이 비추는 각도에 따라 색감 또한 달라진다.

 

 

▲ 선라이즈 포인트. 비지터센터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전망대로서 해가 뜰 때의 풍광이 가장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서 약 600m만 내려가면 일몰이 가장 아름답다는 선셋 포인트가 있다. 해가 뜨고 질 때 햇볕에 반사된 후두의 모습은 환상적인 절경을 자아낸다.

 

▲ 고원의 최상부 신생대 제3기 지층인 핑크클리프스. 지표 가까이에 위치한 핑크빛의 후두들은 가장 최근의 신생대에 형성되었다. 그 아래로 중생대 백악기 지층인 그레이클리프스가 그리고 더 아래로 캐피톨리프의 중심 지층인 나바호 사암이 퇴적된 쥐라기 화이트클리프스가 계단모양을 형성하며 브라이스 캐니언을 이루고 있다.

 

▲ 브라이스 포인트. 브라이스 캐니언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전망을 가진 포인트로서 계곡을 가득 메운 후두들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국내에서도 이곳을 배경으로 소개된 사진을 많이 볼 수 있다.


오늘은 유타주의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과 자이언 국립공원, 네바다주의 밸리오브파이어 주립공원 이렇게 세 군데를 들러보고 숙박지 라스베가스까지 가야하는, 차량 운전 시간만 7시간이 넘게 걸리는 강행군 일정이다. 먼저 부지런히 서둘러 가장 가까운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을 찾았다. 브라이스 캐니언 공원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형상인데 시간이 부족하여 비지터센터가 위치한 북쪽의 선라이즈 포인트를 포함한 네 곳만을 둘러보기로 했다.

브라이스 캐니언은 그랜드 캐니언, 자이언 캐니언과 더불어 미국의 3대 캐니언에 속한다. 그러나 그랜드 캐니언의 웅장함의 그늘에 가려 찾는 사람이 그랜드 캐니언에 비해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브라이스 캐니언에 발길을 옮기면 이내 그랜드 캐니언에 버금가는 감동을 선사받는다. 뾰족하게 솟아있는 빨간색, 주황색, 하얀색을 띤 아름다운 첨탑 모양의 수많은 '후두(Hoodoo)'들이 계곡 곳곳을 오밀조밀하게 가득 메우고 있으며, 특히 일출, 일몰 때 후두에 비춰진 햇볕에 반사된 협곡의 풍광은 더욱 강렬한 이미지를 전해준다. 최근 국내에서도 브라이스 캐니언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브라이스 캐니언의 명칭은 초기 몰몬교 개척자인 에버니저 브라이스(Ebenezer Bryce)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이름 자체는 협곡을 의미하지만, 사실은 협곡이 위치한 해발고도 2778m의 폰서간트(Paunsaugunt) 고원에 침식으로 형성된 원형의 분지 지형에 속한다. 따라서 계곡마다 수만 개의 섬세한 후두을 가진 여러 개의 반원형 극장의 집합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수 있다.

브라이스 캐니언 지층은 최상층은 신생대 카론층(65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트로픽셰일층, 쥐라기 나바호사암층, 트라이아스기 친레층 그리고 맨 하부에 고생대 페름기 모엔코피층(2억7500만년전) 이렇게 다섯 개의 지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지층들은 브라이스 캐니언 남쪽에 위치한 자이언 국립공원과 더 남쪽에 위치한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보다 해발고도가 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시기적으로 두 국립공원에 비해 더 젊은, 다시 말하면 더 나중에 쌓인 지층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지층들은 각기 색깔도 달리하여 이름 또한 각각 다르다. 붉은색을 띠는 핑크 클리프스가 지표부근에 발달하며 가장 하단부는 고생대 지층에 형성된 짙은 초콜릿색의 클리프스가 발달하였다. 지표부근의 후두는 탁하고 미세한 점토와 모래가 뒤섞인 석회암이 주를 이룬다. 후두가 붉은색을 띠는 이유는 지층에 포함된 철분이 산화되었기 때문이며, 철 성분을 포함하지 않은 지층은 밝은 흰색을 띠고 있다. 두 색깔이 조화를 이룬 수많은 후두가 만들어내는 자연의 색깔, 그야말로 파스텔화 같은 자연이 만든 걸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처럼 아름다운 브라이스 캐니언의 후두들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고생대 페름기 이래로 중생대를 거치며 퇴적된 지층들이 약 7000만년 전 북아메리카와 북태평양판의 충돌에 의한 지반융기와 함께 육지화 되었다. 이후 오랜 기간 풍화와 침식을 받아 지표부근의 지층들이 서서히 깎여 나가며 지금의 후두를 형성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첨탑모양의 후두의 발달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요인은 빙하에 의한 차별침식을 들 수 있다. 빙하기 내린 얼음과 눈이 지각의 갈라진 틈새로 들어가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쐐기작용을 하여 서서히 지각의 벌어진 틈새를 확장시켜며 지각을 깎아낸 것이다.

또한 강수량이 적은 가운데 차가운 냉기에 의해 지층이 얼고 녹기를 반복하는 과정 그리고 바람에 의해 날린 모래와 작은 돌조각들에 의한 풍삭 또한 지금의 브라이스 캐니언의 후두들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물, 바람, 빙하 등에 의한 침식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단단한 부분들이 남아 지금의 첨탑 즉 후두가 형성된 것이다.

/글·사진 이우평 지리교사 (인천 부광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