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럼] 국민안전 책무 정부에 있다
[제물포럼] 국민안전 책무 정부에 있다
  • 정재석
  • 승인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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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석 경기본사 사회부장


국민 안전의 날.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자는 의미로 2015년 제정된 날이다. 그럼 우리사회가 얼마나 달라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좀 더 안전해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국민은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날지 불안한 나날을 보낸다. 최근 일주일 도내에서만 각종 큰 사고로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


고양시에서는 난방배관이 터지고, 수원시에서는 큰 불이 나면서 가족을 잃고 다치는 끔찍한 고통을 안겼다. 사고 전에는 늘 전조가 나타난다. 이를 감지하고도 설마하며 넘기면 곧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난방배관이 터지기 전에는 원인모를 주변 침하가 있었다. 상가건물에서 불이 나기 앞서서는 허술한 소방점검이 있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두 안전부주의에 의한 사고로 확인되면서 관계자 몇 명이 형사처벌을 받고 행정처분을 내리는 결론 도출이 눈에 보인다. 이번에도 국가와 지자체는 책임에서 쏙 빠질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천재지변을 제외하고는 '인재'로 분류되는 모든 사고의 책임을 몇몇 개인에 묻는다는 것은 국가와 지자체의 비겁한 자세다.
국민의 삶은 곧 국가의 책임이다. 국민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사회전반을 두루 살펴야한다. 길을 걷고, 차를 타고 교량과 터널을 지나는 국민의 일상에서 '불안'이라는 요소를 제거해야 할 책무가 있는 것이다.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는 삶도 복지에 해당한다.

즉 도로·철도·항만·통신시설 등 공공재인 사회간접자본(Social Overhead Capital·SOC)이 기업의 생산 활동을 위해서만이 아닌 국민 생활의 편의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복지로 여기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반드시 손에 무언가를 쥐어 주어야만 복지라 여기는 때는 한참 지났다.
그동안 SOC가 산업화에 따른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했다면, 이제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번 고양 백석동 난방배관 사고만 보더라도 배관용접 부위 노후로 인한 사고로 조사되고 있다.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당장 지역난방공사의 관리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6개월에 1차례 매설된 도로를 육안으로 살피는 엉성한 관련 규정을 그대로 놔둔 정부 책임 역시 가볍지 않다. 지자체도 관리운영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사회 시스템 전반이 엉성하다. 대형사고가 터질 때만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식을 확 뜯어고치지 않고서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보완은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완전하게 하는 것이다. 즉 보완이 아닌 안전시스템 틀을 새로 짜야할 지경이다.

그동안 정부가 나서 보완, 대책마련을 외치는 사이 끔찍한 사고들은 꼬리를 물고 발생했다.
대형 선박사고로는 2014년 4월 304명의 사망자와 미수습자가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앞서 판박이처럼 닮은 1993년 10월 292명이 숨진 서해 페리호 사건이 있다. 멀게는 326명이 숨진 1970년 12월 남영호 침몰, 1967년 1월 94명이 숨진 여객선과 해군기지 구축함 충돌, 1963년 1월 전남 해남군 황산면 연호리간을 운행하는 여객선 140명 전원 사망, 1953년 1월 전남 여수항에서 부산항으로 가던 여객선 창경호 사고로 229명 사망하는 등 끊이지 않고 있다.

화재로는 2017년 12월 29명 숨진 제천사고, 52명 사상자를 낸 2017년 2월 화성 동탄 메타폴리스, 2015년 134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2014년 5월 고양종합터미널 9명 사망, 40명의 노동자가 숨진 2008년 이천 냉동창고, 1999년 10월 52명이 숨지고 71명이 다친 인천호프집화재 등이 있다.
특히 1999년 6월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는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등 23명이 숨졌다. 수련원 인허가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비위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에 서울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등등 대형사고만 꼽더라도 부지기수다.
지난 4월16일 열린 제4회 국민안전의 날에서 두 달 반 동안 29만8000개 시설을 진단을 했다는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씨랜드 화재 사고로 아들은 잃은 전 국가대표 하키선수 김순덕 씨가 20년 전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에 실망해 훈장을 반납하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난 것을 이제라도 뼈저리게 깨닫길 바란다.
국민 안전책임은 국가에 있다. 정부가 복지국가를 표방하기에 앞서 사고공화국이라는 오명부터 벗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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