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마자아카데미 원장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궁합'이라는 단어는 '혼인할 남녀의 사주(四柱)를 오행(五行)에 맞추어 보아 부부로서 좋고 나쁨을 알아보는 점'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면 사주는 무엇인가? 사주는 사람이 태어난 년·월·일·시(두글자씩 팔자)의 네 간지(干支). 또는 이에 근거하여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점이다. '오행'은 무엇일까? 오행은 우주 만물을 이루는 다섯 가지 원소. 금(金), 수(水), 목(木), 화(火), 토(土)를 이른다.
한번 생각해보자. 사주는 태어날 때 년·월·일·시로 부여된 나만의 것인데, 그게 타인(혼인 대상자) 사주에 의해 내 인생에 길·흉·화·복 정도가 영향을 받을 수 있을까? 궁합에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다. 정답은 "그럴 수 있다"이다. 궁합상 사주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 모든 인간관계는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사주가 서로 조화롭지 않으면, 이런 인간의 노력은 허사로 끝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을 앞두고 궁합을, 큰 사업을 앞두고 사주를 맞춰보게 된다.
그러나 사주는 결코 '결정론적'이지만은 않다. 탄력적으로 극복이 가능하기도 하다. 귀인은 항상 좋기만 한 것은 아니고, 악연은 시종일관 폐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일생사주는 정해져 있으나, 때와 시간에 따라서 상호관계에 변화가 무쌍하기 때문이다. 결혼은 인생의 대사다.

결혼은 개인과 양가에 사랑과 평화, 가득찬 행복을 가져와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결혼 이후, 경제적·정서적 등 여러 측면에서 미혼인 시절보다 더욱 불행해지기도 한다. '궁합'은 어느덧 풍습과 문화로 발전했다. 혼인을 앞두고 '사주단자(四柱單子)'를 보낸다.

혼인이 정해진 뒤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신랑의 사주를 적어서 보낸다. 신부 쪽에서는 사주를 받은 뒤 곤자(坤字, 이름) 아래에다 신부의 생년·월·일·시와 허혼주(許婚主)의 이름을 적는 사주 서식이 있다.
사주는 서로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고 받을까. 사주는 일종의 바코드와 같다. 사주에는 이미 나에게 길·흉·화·복의 인연이 사람의 시간마다 정해져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사람이라도 때에 따라 길·흉·화·복이 다르게 정해져 있다. 그러므로 '항상, 오로지 나에게 귀인'인 경우는 없다. '궁합'이라는 말은 옛날에 비해 '서로 보완'이라는, 숨어 있는 의미가 많이 퇴색된 듯하다. 사주에서 오행으로만 보완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것이 상대적이라는 의미는 부부가 함께 좋아진다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는 우리 주변에서 겉으로 보이는 멋진 인생을 보며 부러워하는 사람을 많이 보아왔다. 물론 멋진 인생을 사는 그들은 낮은 이혼율과 높은 삶의 만족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 통계지표가 보여주지 않는 다른 심각한 문제도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필자가 되려고 하는 인생은 가장 자신답게 후회 없는 선택을 하며 사는 능동적 인생인데, 이도 정말 어렵다. 사주를 공부하고 동서양 점성술을 공부한 자가 자기 길을 찾아 가는 게 어렵다니…. 굳이 변명을 하자면 이번 생이 처음이어서 그럴 것이다. 그래도 남에게 잘 보이는 것보다 나 자신에게 더 충실한 편이다. 이 글을 쓰며 부부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