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개정에도 다수 군·구 계획없어 … 부평구는 10곳 추가 예정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내건 인천 기초자치단체들이 기저귀 교환대 설치에는 무관심하다.

최근 의무 설치 대상이 확대됐지만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진 군·구마저도 추가 설치 계획이 없는 실정이다.

6일 오전 인천도시철도 1호선과 서울 7호선이 만나는 부평구청역. 남자화장실 2곳을 돌아보니 모두 기저귀 교환대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부평구청 옆 북구도서관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시설의 기저귀 교환대는 여자화장실에만 있다. 남성의 육아 참여가 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출산·육아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자녀와 외출하는 남성은 기저귀를 갈아입히는 것조차 버거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22일부터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기저귀 교환대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시설을 확대했다. 기존 지하철역과 기차역, 휴게소 등지에서 공공업무시설, 문화·집회시설, 도서관, 관광 휴게시설, 종합병원으로 범위가 늘었다.

특히 성평등 관점의 정책 개선 차원에서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에 각각 1개 이상의 교환대를 두도록 했다.

부평구는 이달 14일까지 1400만원을 들여 공공기관 10곳에 기저귀 교환대 28개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남자화장실에는 부개도서관·나비공원 등 2개만 놓인다. 이번에 기저귀 교환대 설치가 의무화한 시설 현황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구 관계자는 "급한 대로 예산을 반영했지만 기관별 수요조사가 되지 않아 내년 상황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부평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합계출산율 최하위권인 군·구는 추가 설치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출생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인천지역 합계출산율은 계양구가 0.882명으로 가장 낮았고 부평구와 강화군이 각각 0.977명, 0.989명으로 뒤를 이었다. 전국 합계출산율은 1.052명, 인천 전체 통계는 1.007명이다.

'아이와 엄마가 행복한 보육'을 구청장 공약으로 발표한 계양구 관계자는 "신축 건물은 건축 허가 협의 때 개정 사항을 반영하겠지만 기존 건물은 장기적으로 고려할 문제"라고 말했다.


강화군 관계자도 "기저귀 교환대 추가 설치와 관련해 아직 별도로 세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