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작가 10人 '헤어날 수 없는' 展
현실의 모순 너머 세계 재인식 작업
▲ 김은형作 '다중의 우주'/사진제공=경기도미술관

경기도미술관은 11일부터 2019년 3월10일까지 생생화화生生化化 2018 '헤어날 수 없는 : Hard-boiled & Toxic' 전시를 개최한다.

생생화화生生化化는 경기문화재단의 전문예술 창작지원사업을 통해 선정된 경기도 유망작가들의 신작을 선보이는 연례전으로 올해 6회째를 맞이했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를 기반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앞으로의 가능성이 주목되는 작가 10인(김나영&그레고리 마스, 김동현, 김은형, 박혜수, 송민철, 윤성지, 은숙, 전혜림, 홍기원, 홍남기)의 다양한 주제로 구성된 신작 70여점을 소개한다.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의 매체를 이용해 개인적인 관심사부터 현대사회의 구조까지 폭넓은 주제로 현대미술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업들을 만날 수 있다.

'헤어날 수 없는 : Hard-boiled & Toxic'전은 익숙하게 길들여져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모순들을 재구성하여 삶의 본질을 제시하는 작품들을 보여준다. '완숙한, 비정한' 등의 사전적 의미를 갖는 'Hard-boiled'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거나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냉담한 태도를 일컫는 말로, 1930년대 미국의 사실주의 문학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문체를 가리킨다. 인간에 내재한 폭력과 성, 사회악, 권력의 부패 등 부조리한 면모들을 감정을 배제한 채 건조하게 서술하여 대비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당시의 사회 맥락을 압축적이고 현실적으로 반영하였다. 수사를 배제하고 현상 묘사로 일관한 헤밍웨이의 문체가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참여작가들은 헤밍웨이처럼 담담하고 건조한 태도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내면 혹은 그보다 깊숙이 침투하여 우리의 의식을 마비시키는 현실의 '중독적인' 모순상황 속에서 냉철한 시선으로 세계를 재인식하는 작업들을 선보인다.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은 이미지와 실재, 사실과 허구, 개인과 사회의 경계에 놓인 불완전한 조건들을 시각적으로 간결하게 재현하거나 재조합하는 작업으로, 그동안 인지하지 않았던 주변 환경을 성찰하고 있다. 이중 송민철 작가는 '물'을 주요 소재로 고체-액체-기체 상태의 부피 변화를 가정함으로써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탐구한다. 김은형 작가가 폭 34m에 이르는 전시실의 삼면을 오페라, 소설, 동양화의 모티프로 뒤덮은 벽화로 완성하여 무한대에 이르는 현대사회의 이미지 환경을 제시한다면, 홍기원은 유럽과 한국을 방문하며 몇 년간 추적 관찰한 '경주마'의 생애를 다큐멘터리 필름과 설치작업으로 선보여 인간과 사회 사이의 억압구조를 비유하였다.

경기도미술관 담당 큐레이터는 "완료되지 않은 전시의 제목처럼, 직접적인 표현이나 설명 대신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세계의 다양한 이면을 끌어올려 성찰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개막식은 11일 오후 4시에 개최되며, 신작에 관한 공개워크숍은 14일에 진행된다. 031-481-7000

/남창섭 기자 csna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