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박물관 수장고가 '썰렁'하지만, 인천시가 내년도 박물관 유물 구입 예산을 크게 줄였다고 한다. 올해 유물 구입 예산 10억원보다 9억원을 삭감한 1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감액 이유가 석연치 않다. 유물 구입이 급하지 않고, 가뜩이나 시 재정이 좋지 않은 터에 박물관 유물 구입은 '불요불급'하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하나. 다른 지자체에선 어디보다 박물관의 중요성을 인식해 관련 예산을 늘리는 마당에, 인천시만 유독 그렇지 않은 까닭을 모르겠다. 외국에서도 박물관과 도서관을 그 나라를 대표하는 곳으로 여겨 '으뜸'으로 치고 있는 데도 말이다.

시립박물관은 지난해 인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겠다며 지역과 관련된 유물을 4년에 걸쳐 확충할 계획을 세웠다. 시도 '문화부흥'이라는 전제 아래 이에 호응했다. 2019년 15억원, 2020년 15억원, 2021년 3억원 등을 잡았다. 이 가운데 유물 구입이 33억원으로, 그 대상은 인천의 근·현대사를 압축한다. 병인·신미양요, 청일·러일전쟁 등 각종 전쟁자료와 개항~광복, 1960~2000년대 산업 발전·도시 발전 관련 자료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시가 관련 예산을 대폭 줄이는 바람에 이 계획은 불발로 그칠 것으로 우려된다.
시립박물관은 1946년 4월 문을 열었다. 광복 후 국립박물관 다음으로 두 번째 개관한 최초의 공립박물관이었다. 이어 옥련동 청량산 기슭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모습을 일신했지만, 유물과 '인천상징' 자료 등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시립박물관 유물은 1만2958점으로, 부산박물관 유물의 60%에 그친다. 그러다 보니, 박물관을 다시 지어 면모를 새롭게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2016년 동양제철화학 학익동 공장부지에 시립박물관을 이전하는 '인천뮤지엄파크 조성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박물관이 갖고 있는 유물은 정말 중요하다. 박물관의 '생명'과도 같다. 박물관이란 이름에 걸맞게 유물 구입 예산을 더 늘려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시립박물관은 인천의 과거를 관통하면서 확장성과 포용성을 두루 갖춰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마땅하고 적절한 시의 판단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