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 인천서예협회 고문·시인


공연이 끝난 후 로비로 모여든 관객들의 관람 후 평은 끝이 날줄 모르게 이어진다. "오늘 공연은 정말 감동이다", 혹은 "야 이거 홍보만 요란했지 기대 이하다"라는 찬사와 불만이 엇갈린다.
요즘은 문화예술행사(공연, 전시)에서 '가성비'를 따지는 관객이 많아졌다. 소비자가 상품을 산 후 성능이나 효율을 따지는 상거래 용어가 이제는 문화예술 공연에까지 접목된 것이다. 공연이 상품화되어 관람객을 얼마나 충족시켰냐를 따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심비'라고 하는 말도 뒤를 따르고 있다. 공연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냐는 것이다.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예술 소비 형태를 잘 나타내고 있는 신조어인 듯싶다. '정말 감동이다'라는 관람 후담이면 가성비와 가심비 양쪽이 다 좋았다는 말이다. '기대 이하'의 혹평이 있었다면 양쪽을 다 충족하지 못한 공연으로 관람객은 본전(관람료) 생각이 난다는 말이다.

'예술은 소비다'라는 공연 포스터를 보면 이제는 가성·가심비를 넘어 '예술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영마인드를 찾아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예술행사를 기획하고 만들어 많은 사람이 즐거워하고 나아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든 과정의 예술경영이 그리 낯설지 않은 이야기로 들린다.
1960년대 말 서구에서 시작된 예술경영 체계를 놓고 공공기관에서 어떻게 예술조직을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그들은 많이 했다.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행사 전반 중 어디에 중점을 두어 감동을 불러올까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예술을 위한 경영이냐' '경영을 위한 예술이냐'의 논쟁도 있겠지만, 예술경영의 영역이 크게 넓어져 있고 소비의 예술을 지향하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만큼 '경영'에 관한 문제가 부상해 새로운 방향으로 인식이 달라진 것이다.

문화예술에는 크게 '기초예술'과 '문화산업'이란 두 가지 영역을 갖고 있다.
기초예술 분야 종사자들에게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기초예술 분야는 속성상 인건비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수익 창출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진흥의 관점에서 지원하는 것이 기본일 수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 방정식만을 고집할 것인가를 이 시점에서 한 번쯤 뒤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경영적 마인드의 접근 방식을 활용해 관객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수익과 경쟁력을 갖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수익을 내고 산업화할 수 있는 여력을 찾아야 하는 예술의 소비, 바로 그것이 '예술경영'이다. 순수·기초예술을 하는 비영리단체이어서 수익과 산업과는 관계가 없다고 단정하는 소극적 자세에서 탈피해 경쟁력을 갖추고 상품으로서 값을 찾아야 한다. 기획단계부터 마지막 소비자들에게 향유·판매되기까지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적 기획 시스템(agency system)으로 접근해 문화산업 분야는 물론 순수·기초예술 분야에서도 과거 평면적 접근이 아닌 경영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무대에 막연히 올리는 공연이 아니라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획·제작·마케팅믹스 또는 매트릭스를 활용해 관객을 유치하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순수·기초예술 시장규모를 키워 나갈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

전국적으로 극장 수 증가는 정부 주도 아래 문화예술 기반시설을 확충한 결과라고 하지만, 1990년대 지방자치제도 실시와 더불어 문화예술의 공감대 확산으로 지역(지방)마다 극장 만들기에 급급하였다. 공공극장이 70%를 차지하며 세이의 법칙(say's law-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논리만 따른 결과로 이제는 질적 변화를 요구할 시점이다.
공연예술 소비시장 확대를 위해 관객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지만, 거의 다 관심 밖인 것 같다. 관객 개발은 공연재원 마련과 함께 예술경영의 숙제이지만 운영 주체가 누군가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고는 해도 공공예술단체도 국(시)민 문화향유에만 목적을 두지 말고 관객 개발을 통한 수익 창출에도 기여해야 될 듯싶다.

텅빈 객석을 바라보는 출연진의 사기는 객석 점유율에 비례하는 점을 간과해서는 성공적인 공연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연의 3대 요소라면 빠질 수 없는 관객은 예술경영 한 축에서 이뤄낼 시급한 과제임은 분명하다.